겨울 새벽은 춥다. 하지만 해가 뜨면, 여전히 기온은 차지만, 왠지모르게 마음은 따뜻해진다.
최근에 그 따뜻함을 알게 되었고,
새벽 시간의 특별함을 경험하고 있다.
어제 나오던 두 사람은 나오지 않고, 새로운 사람이 왔다.
어쩌다 보니 하루 먼저했다고 챙겨야 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일하다 보니 서로 다른 일을 맡았다.
그런데 조금 부러웠던 것은 처음 온 사람이 현장 용접 작업장에 투입되었다.
반사적으로 "어,, 나 용접하는데...." 라는 속 마음이 올라왔다.
아쉬운 마음은 잠시.. 오늘 내가 할 일을 어제와 관련된 일이었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일들....
문제는 처음 해 보는 일들이 많다는 점이다.
오늘의 나의 첫 미션은 슬러지 보관소를 만들 장소에 시멘트를 부어 넣을 틀을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힌트를 달라고 했더니 2번 게이트에 있는 것을 보고 따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순간 잊고 지냈던 32년 전 군생활이 지나쳤다.
관찰을 하고 나서 작업 시작하는데,,,
오늘도 어제와 같이 두 명의 관리자가 와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갔다.
그래서 내가 보고 온 것을 토대로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맘에 들지 않으면 뭐, 다시 해야겠지만,
그렇게 두 명의 관리자가 번가라 오면서 이야기를 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잠시 후, 두 명의 관리자가 사라지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조금 서툴지만, 그래도 튼튼하게 만들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각기 다른 말을 했던 관리자 두 사람도 잘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전문가들처럼 꼼꼼하지 않았지만...
잠시 후 안전과장의 지시로 빨간색 안전모와 조끼를 착용하고 신호봉을 들고 신호수 역할을 했다.
잠시 쉬라는 뜻인가? (알고 보니 원래 내 역할이 신호수였다고 한다. 그런데 난 어제부터 뭔 일을 한 거지?)
그렇게 신호수 복장으로 갖추고 중장비가 많은 쪽으로 이동했고, 나는 거기서 현장 용접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참을 지켜봤다. 어떤 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는지가 몹시 궁금했다. 경력이 30년 차라고 하던데
그들은 큰 H형강을 용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의 순서는 이러했다.
측량을 통해 수평을 맞춘 장소에 받침이 되는 H형강을 두고, 그 위에 포크레인으로 H형강을 이동시키면 두 개의 긴 H형강을 용접하는 작업이었다.
오늘 업무는 어제에 이은 신호수였고, 그리고 잠시 후 화재감시하는 역할로 변경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을 다루는 용접 작업장에 머물며 하루 종일 일을 했는데, 오늘은 마치 양일간 힘들었으니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제까지 흙더미를 올라타고, 바닥을 기며 일했는데... 그것에 비하면 분명 보상이었다.
어쨌든 하루 종일 머물며 용접사들의 작업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어떤 식으로 일이 결정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오늘 하루는 나에게 있어서 일이라기보다는 공부였다.
현장 용접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용접과는 달랐다.
현장의 다양한 변수는 학원이나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내용이었다.
현장에서 용접할 때 왜 이산화탄소 유량을 높여야 하는지,
현장에서 작업하려면 어떻게 환경을 갖춰야 하는지,
작업 도구들과 필요한 장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바람을 막아야 하는지,
전류와 전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도면 해독은 물론 작업 지시에 따른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이런 내용은 현장이 아니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용접을 배우고 나서 일자리를 찾다가 어려워 선택한 일용직이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더 좋았던 것은 실제 현장 작업자와의 소통이 원활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필요한 것을 쉽게 알 수 있었고, 그런 반응에 용접사들도 만족해 했다.
토목현장에서의 나의 일은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배울 것이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1석 5조가 아닐까 싶다.
1조는 돈 벌어서 좋고,
2조는 힘들지만 운동해서 좋고,
3조는 남이 해 준 밥 먹어서 좋고,
4조는 사람들을 만나서 사회 활동해서 좋고,
5조는 배울 게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