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은 주나라 초기의 정치가이자 공신이며,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한 인물... 그리고 제나라의 시조라고 한다.
전국시대부터 경제적 수완과 병법가로서의 강태공은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그의 대표 저서는 병서와 육도로 잘 알려져 있다.
강태공은 가난한 사람이었고, 집안을 돌보지 않아 그의 아내가 집을 나갔다고 전한다. 그랬던 그가 주나라 서백(주나라 문왕)을 만나 주나라 재상으로 등용되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쳐졌다는 이야기를 사마천 사기에서 들려준다.
나는 강태공에 대해 글을 읽으며 이 사람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을지 모르나 참으로 이기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구전되거나 때론 소설처럼 이야기가 되어 전해오는 바는 그의 능력을 칭찬하지만, 그가 살아온 인생을 곱씹으면 그의 능력에 비해 너무나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것 같다.
사마천의 글에서 말하는 요지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를 강조하지만, 때를 기다리는 동안 그의 삶 자체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생활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대업을 위한다지만, 우선 가정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봉건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사회적 배경에서는 그런 모습이 당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집을 나갔다는 것은 거의 무책임하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현시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일까?
특히 그의 이기적인 행보는 그의 아내와의 일화 속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 노파를 만났는데, 예전에 집을 떠난 아내였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다시 합치길 원했으나 강태공은 한 그릇의 물을 가져오게 하여 땅바닥에 그릇에 담긴 물을 부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였다. 집을 나간 후에 잘된 남편에게 다시 합치자는 여성도 염치없어 보이지만 그냥 말로 해도 될 것을 왜 꼭 모션을 취하는지. 맘에 안 들게... 뒷 끝이 대단해 보인다.
물론, 그의 말은 후대에 명언으로 남는다. 하지만, 자신이 대인이라면 받아들이지 못할 망정 적어도 얌전하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저 그 순간도 자신의 이기심과 내가 어려웠을 때 떠난 아내에 대한 졸렬한 복수심, 그리고 멋 부리기를 좋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강태공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그가 살아온 인생에서 주위에 어부의 출현이나 길가던 노인이 출현으로 인생의 기로점에 서서 큰 기회도 얻기도 하고, 큰 위험을 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후대 사람들이 그의 업적을 극적으로 만들 욕심에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는 우연적 요소일 뿐 그렇게 교훈적이진 않다.
굳이 교훈을 찾으라면, 남의 말을 잘 들어라 정도이다. 하지만, 이기적인 강태공의 성품을 바라볼 때, 결코 남의 말을 잘 들을 타입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난 평소에 취미랍시고 수많은 시간을 낚시로 즐기는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순수하게 낚시라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관없는데,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미래 사업을 위해서 시간을 두고 생각한답시고 낚시하면서 자신을 강태공에 투영시키는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액티브하게 물고기를 낚아 올려서 회치고 매운탕 끓여 먹고, 가족들과 함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 낚시하는 것은 좋지만, 적당히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정을 위해서 노력한다면 좀 더 좋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의문이 생긴다. 요즘 뉴스를 봐도 비슷한 류의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는데,,,
세상을 움직이는 것과 가정을 움직이는 것은 같이할 수 없는 것일까?
더 큰일을 하려면 이기적이어야 하나? 이타적이면서도 큰일을 할 수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