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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ug 24. 2019

당신의 전공은 무엇입니까?

제 전공은 인지과학입니다.

나는 학사와 석사를 프랑스어를 전공하였고, 박사학위를 인지과학을 전공했다.

앞으로 21세기를 고려할 때 인지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 믿고 수학을 했었다.

그리고 굴곡은 있었지만 어렵게 어렵게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를 취득하고 순조롭게 내가 원했던 공부를 계속 이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인지과학이라는 전공에 대해서 매우 냉혹했다.


"전공이 뭐죠?"

"네, 제 전공은 인지과학 입니다."

"네? 인지과학? 뭘 하는 학문이죠? "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다.

사람들은 심리학은 알아도 인지과학은 모른다. 그리고 심리인지나 인지심리 알아도 인지과학은 모른다.

더욱이 인지공학은 알아도 인지과학은 또 다른 학문으로 생각한다.


사실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은 학제 간 (즉, 학과가 연계) 학문으로 어느 한 학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다른 여러 학문과 연계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게 목적인 학문이다. 최근에 융합이라는 단어와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실례로 사람의 특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심리학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언어학적으로 연계하여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함으로써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래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언어심리학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인지공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편하게 타고 다니는 자동차, 자동차 핸들 위치, 기어 위치, 의자 모양, 페달과 운전석 간의 거리, 사람이 탔을 때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거리와 자세, 사이드 미러의 위치와 각도, 등...

자동차 안에 상당수의 인지공학적인 기술이 녹여져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 인지과학이 포함된다.

인지란 사람이 느끼는 것, 즉 마음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대한 연구이다.

인지과학에 대한 정의는 이정모 교수님의 책에서 명확히 소개된다.
"인지과학'이란 두뇌와 마음, 그리고 이 둘에 대한 모형이며, 또한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인공물의 정수인 컴퓨터, 그리고 기타 환경 속의 인공물(지(知)의 확장의 부분들이자 대상인) 들의 넷 사이의 정보적(지식 형성 및 사용적)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좀 더 풀어쓰자면 인지과학은 본질적으로 '마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다학문적 탐구의 학문이다. 여기서 '마음'이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인간 '이성'이나 '감성'의 어느 하나만도 아니다. 인지과학에서의 '마음'개념이란 이들을 모두 포괄하며, 인간에게만 마음을 넘어서 생명을 지닌 동물의 마음(지적능력 등), 인공지능 로봇 체계와 같은 인공물에서 구현된 또 는 구현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 간에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현실적으로 또는 인터넷과 같은 가상현실의 중개를 통해) 존재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과 인공지능을 지닌 인공물(예: 로봇) 체계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마음 등을 모두 지칭한다.

동시에 이와 같은 정의에 대해 여러 가지 반문이 나왔다. 마음을 다룬다면 원래 심리학이지 않나? 마음을 논한다면 철학을 때 놓을 수 없는데 철학과 인지과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마음에 대한 본연적 관점은 뇌인데 그렇다면 신경과학이지 않나? 즉,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이 필요한가라는 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전공을 하면서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인지과학이 다른 학문과 다른 점은 이렇게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심리학, 신경과학, 철학과 같은 학문이 기초가 되어 마음에 대한 본질적 개념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학문 내에서 정의하는 개념이 전부이다. 심리학은 심리적으로 신경과학은 MRI와 같은 기계로 뇌의 특성을 설명할 뿐이다. 게다가 철학은 다소 추상적이거나 그리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적 규명을 제시한다. 가장 기본적인 논리 구조인 A는 B라서 C이다. 즉 무엇 때문에 그것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식의 논리 구조에서 멈춘다.

하지만 인지과학은 앞에서 언급한 모든 학문이 이야기하는 핵심적 내용에 대해 구조적이며 보편적인 진리를 정리하는 데 있다. 결국 완벽하게 구조적이며 보편적인 진리를 정의한다면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게다가 신경과학이든 모두의 이론이 인지과학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비록 인지과학의 탄생은 학제 간으로 탄생되었으나, 역으로 가장 보편 진리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학문의 핵심인 셈이다. 인지과학은 태생적으로 타학문을 수렴하는 학문이며 융합적 과학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하나로 잘 규명되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수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가장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당신의 전공은 무엇입니까". "인지과학이 뭐죠"라고 묻는다면,

"융합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융합이란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을 한 곳에 두어 단순한 방법이 아닌, 복잡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방법이다.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이 되었다면 굳이 융합이라는 말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지과학은 융합적인 성격 덕분에 어느 학문에서도 접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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