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는 살면서 늘 따라다니는 일이다. 흔히 설거지는 모든 일의 마지막 마무리를 뜻하기도 한다.
사실 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설거지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 또는 그녀는 득도한 사람이 아닐까?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지저분한 음식찌꺼기를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치우고 닦는 번거로운 일을 마음 상함 없이 흔쾌히 하는 사람들... 예전엔 그런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나마 우리 어머니들은 집안일은 내가 하는 건데라며 당연하게 생각을 하시고 지저분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오셨던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어머니의 나이 기준은 적어도 1930-40년대 생 어머니들이라고 말을 하고 싶다.
그러나 50년 대생 60년 대생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남녀평등에 대한 관념도 안착이 되고 여성의 사회진출과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가부장적인 가족 모습을 지향하지 않고 여성도 힘주어 말하는 시대가 오면서 가정 일에 대한 부당함이 사회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여성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 이상 집안일에 국한되어 살 필요가 없음을 뜻한다. 그러나 기존의 남성들은 자기 부모로부터 배운 가부장적인 생활을 그대로 유지함에 익숙하고, 여성은 자기 부모로부터 배운 가부장적인 생활을 벗어던지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오래된 가부장적 생활양상은 쉽게 변하지 않았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시점에도 우리 주위에 가부장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가부장적인 생활을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 생활이 맞고 인정한다면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살면서 지치다 보면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가치를 받지 못할 때 비로소 자신이 믿고 살아왔던 가부장적인 생활에 원인을 두기 시작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결국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설거지 이야기를 하면서 갑작스레 너무 거창하게 사회적 문제 이야기로 빠졌는데, 그 이유는 실제 가정생활에서 설거지를 중심으로 마음이 많이 상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식사를 마치고 누구는 당연하게 이쑤시개로 이를 후비고 배 두드리면서 소파로 갈 때면 무척 얄미울 때가 있다. 식사를 위해서 반나절에 걸쳐 시장을 보고 재료 준비해서 요리하고, 그것도 가장 맛있을 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데, 설거지까지 계속해서 해야 할 때는 가끔은 부당하다고 느낄 때가 생긴다. 특히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설거지를 중심으로 미움이 많이 쌓일 수 있다.
그래도 요즘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면 설거지는 남편이나 자식들이 하는 집이 많아진 것 같다. 그리고 설거지를 한다고 주위에 자랑을 하고 다니는 남성들을 지켜볼 수 있다.
" 나는 식사하고 난 뒤에 내 식기는 내가 닦아. 그거 당연한 거 아니야?"라면 아주 당당하게...
그럼 옆에서 지켜보던 그 남성의 아내가 한마디를 거든다.
" 근데 다시 씻어야 해요. 기름도 그대로 세제도 그대로, 아니 한 만 못해"
"그런데 왜 그냥 두세요?"
" 그냥 어디까지 하나 보는 거죠"
그렇다. 도와준답시고 액션을 취하지만, 정작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 아니 한 만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나도 마찬가지다. 자취생활을 했던 탓에 설거지는 문제없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지적받았던 부분이 바로 설거지였다. 나는 깨끗하게 씻었다고 생각했는데, 곳곳에 기름과 세제가 묻어 있는 것이다.
결혼 시작부터 처가살이를 했던 나는 뭐라도 잘 보이려고 설거지를 열심히 하였지만, 한동안 설거지를 마치고 마른행주로 때가 남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어야 했다. 그것도 표 나지 않게...
그나마 더운물로 설거지를 하면 문제가 덜했지만, 찬물로 설거지를 하면 늘 뭔가가 남았던 기억이 난다.
설거지를 신경 쓰면서 약 3개월 정도가 지나니 자연스럽게 깨끗한 설거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거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닦이지 않는 이유는 100% 대강해서 그렇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1시간을 걸려 설거지를 해도 10분에 걸쳐 설거지를 해도 대강은 대강이다. 무슨 말이냐면 설거지를 잘했다고 믿겠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설거지를 하기 때문에 결과는 같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간을 많이 투자해도 대강했던 버릇이 남으면 시간을 투자해도 결과는 거의 같다. 자신의 방법이 옳은 방법인지를 파악하고 틀리다면 다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냥 설거지일 뿐인데 뭐가 그리 복잡하냐고?
물리나 화학을 언급할 것까지는 없지만, 사용하는 용기에 따라 설거지 방법이 틀리다는 점과 설거지할 때 그 순서도 잘 지켜야 깨끗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플라스틱을 씻을 경우, 수세미로 설거지를 아무렇게나 씻으면 흠집이 나기 마련이다. 그 흠집은 쌓이고 쌓여 음식 잔여물들이 미세하게 묻어서 색이 변하기 마련인데, 이런 플라스틱 용기를 잘 닦으려면 부드러운 수세미 종류를 찾아서 사용해야 하며, 가능한 미지근한 물에 세제를 타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남들보다 조금은 더 오래 깨끗하게 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쓸 의향이 없다면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설거지할 때 설거지 순서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설거지 순서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세제를 덜 사용하기 위함도 있지만 좀 더 깨끗하게 설거지하기 위해서다. 나는 설거지를 할 때 항상 먼저 닦는 것은 컵이다. 맨 나중에 컵을 씻으면 이상하게 꼬릿한 냄새가 묻어나기 때문인데, 맨 처음 컵을 씻고 나면 다음번에 컵을 사용할 때 냄새가 나지 않아 기분 좋은 물 한 잔을 마실 수가 있다. 컵을 씻었다면 이어서 수저를 닦고 접시 순으로 설거지를 한다. 그동안 밥풀이 강하게 붙어 있거나 물속에서 잠시 불려야 할 밥그릇이나 냄비, 프라이팬은 맨 나중에 정리한다. 이런 순으로 설거지를 하면 물과 세제를 절약할 수 있고 더욱이 깨끗한 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세제를 물에 타서 쓰는 것이 좋다. 세제통 라벨에 보면 1리터 물에 조금 뿌려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조금만 물에 풀어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뜻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만일 지금 당신이 설거지를 한다면 당신은 무엇부터 닦고 있으며, 세제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살펴봤으면 한다. 만일 위와 같이 한다면 이미 당신은 설거지를 잘하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 순서를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위의 순서를 몸에 익히는 데 적잖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늘 하던 설거지가 가끔은 귀찮을 때가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설거지는 반드시 바로 하는 것이 좋다. 설거지를 하면 반드시 따라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는 늘 초파리를 꼬이게 한다. 적어도 설거지가 귀찮다면 음식 할 때 설거지거리가 적게 나오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할 때 일품요리를 선호한다. 일반 가정식을 준비할 때 기본적으로 밥그릇, 찬그릇들, 국그릇, 수저들이 나오는데 일품 그 숫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설거지가 더 이상 귀찮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어쩌면 설거지는 음식을 먹는 행위의 마지막 끝맺음이다. 나도 초기에 요리할 때 설거지가 꽤나 귀찮은 행위였다. 사실 요즘도 몸이 아프거나 처지면 귀찮을 때가 많다. 예전에 나는 요리를 하면서 가끔은 쌓여가는 설거지 때문에 한숨을 쉰 적이 있었다. 이를 본 내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 적이 있다.
"요리를 한다는 사람이 설거지를 싫어하면 말이 되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요리라는 행위는 설거지까지 포함하는 행위라고 본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 뒤로는 가능한 한 설거지를 미루지 않았다. 내가 남의 설거지를 도와줄지언정 내가 벌려 놓은 설거지거리를 남에게 미루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별거 아닌 생활 속 약속이지만 나름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더러워진 식기를 닦아내면서 마음도 시원해지고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것도 좋아지기 시작한다. 물론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거나하게 준비한 식사시간이라면 설거지가 정말 많이 쌓이는데 신나게 먹고 난 뒤 눕고 싶은 사람에게 설거지는 적잖이 불편스러운 장애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로 먹고 눕는 것보다 운동 삼아 설거지를 한다고 생각하면 몸 건강에 도움이 되니 그리 불편스러운 것만은 아니라 본다. 게다가 내가 설거지를 함으로써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자신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나름 남을 위하는 일이니 나쁘지만은 않다. 조금은 웃긴 이야기지만 어느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게 설거지를 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설거지를 통해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자각할 때도 있다. 전업주부를 떠나서 가정에서 설거지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끝맺음의 행위인 설거지를 통해 모두 득도(?)했으면 좋겠다. 설거지를 통해 끝맺음 행위에 대한 안정을 찾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를 통해 답답했던 마음 구석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는 명상을 즐긴다면 더 이상에 불평불만도 없을 것이고 적어도 설거지 때문에 가정불화는 생각지 않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