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 1.3
우리 반 학생들이 서로의 번호 순서대로 나와 제비뽑기를 했고,
나의 차례가 되었을 때 이번 한번만큼은 나에게 행운이 오기를 간절히 빌며
‘나에게 그 여학생과 짝을 할 수 있는 번호를 주세요.’라고 간절히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종이가 담인 박스에 손을 넣었고 하나를 뽑자마자 양손으로 번호가 적힌 종이를 감싸며 기도했다.
- ‘여학생이랑 짝이 되게 해주세요 라고 빌고 있냐?’
- ‘아니, 창가 쪽 걸리게 해달라고 빌어.’
- ‘나는 남학생이랑 짝꿍 안 하게 해주세요 라고 빌려고’
처음엔 모두들 자리바꿈 없이 그대로 가길 원했지만 결국 여학생과 짝이 되어야 했고
남학생이 많은 반이다 보니 누군가는 남학생들끼리 짝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몇의 남학생들이 눈빛으로 ‘누군가는 당첨되지만 나는 아니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옛날부터 나는 창가 쪽 자리만 될 수 있다면 누가 짝꿍이 되던 상관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포기해서라도 누구보다 그 여학생의 옆자리에 앉길 원했다.
상자 속에 담겨있던 마지막 종이가 주인을 찾아가고나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제야 번호가 적힌 종이를 펴고 13이라는 번호를 확인했다.
창가 쪽 자리에 배정이 된걸 확인했을 때 나에게 오늘은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했고
이젠 그 여학생이 14번이길, 제발 14번이길 빌고 빌었지만 행운은 거기서 끝 이였다.
그 여학생은 옆 분단에 쪽으로 가기 시작했고 6번 자리에 가방과 책을 내려놓았다.
혹시 내가 5번이었지 않을까 라는 바보 같은 생각에 다시 종이를 펴 확인을 해봤지만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13이라는 번호가 또렷하게 적혀있었다.
창가 쪽 자리가 어디냐며 나 자신을 속이고 위로하고 있을 때 누군가 옆에 앉았다.
- ‘안녕?’
한 여학생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나에게 인사를 했지만
그 말을 못 들은 사람처럼 멍하니 그 여학생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 ‘ 저기.. 안녕? ’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당황스러운 말투로 나에게 다시 말했고 그제야 대화를 이어 나갔다.
- ‘응, 안녕’
- ‘반가워, 우리 잘 지내보자.’
라는 말과 함께 나의 뒷말은 듣지 않고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은체 겉옷을 의자에 걸쳐뒀고
5번 자리에 다른 남학생이 앉아 그 여학생과 어색함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곤 부러워했다.
자리를 바꿔볼 생각도 했지만 5번 자리에 앉게 될 남학생과 내가 친할 리가 없기에 포기했다.
- ‘자리는 이대로 되도록 안 바꿨으면 한다.’
담임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고 사실 나 자신도 그렇게 까지 할 용기가 없다는 알기에 생각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