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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Mar 27. 2016

기다림의 목소리를 듣는 인터뷰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일주일 뒤에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오지만 지금은 훈련기간이라 힘들 텐데 

다치진 않을지 걱정이 돼서 오늘 수업이나 실습시간에 집중을 잘 못했어요.


작년 봄에는 나올 수 있던 휴가가 갑작스러운 부대 사정으로 

못 나오게 되었다는 남자친구의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있다가 나올 수 있지 않냐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해주면서 지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벚꽃이 핀 거리를 볼 때마다 그때 휴가를 나왔으면 지금쯤

이 벚꽃을 함께 보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죠.

커플들이 많이 보이고 친구들은 흩날리는 벚꽃 속에 연인과 사진을 찍을 때쯤 

지금 당장 커플들과 군대를 엎어 버리고 폭파시키고 싶다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어요.

그날 당장 전화로 이런저런 투정을 부렸고 남자친구는 나에게 웃으며 귀엽다고 

말해줬는데 그 웃는 소리에 제 남자친구를 납치를 해 올까 라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그래도 이번 봄에는 작년과 다르게 같이 벚꽃구경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저희 과 특성상 여자가 많아서 주위에 먼저 말을 걸어올 남자가 없기에 다행인데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낸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은 아직도 군인이랑 

연애냐며 물으면서 참견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가 많았어요.

군화를 거꾸로 신을 수 있다며 너도 조심하라는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죠.

별 말도 안 되는 참견들에 그러려니 해서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아직도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전역해도 그럴 일 없다며 말을 하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생각해보면 쉽게 무시할 수는 없더라고요.


지금은 그런 말을 들어도 예전만큼은 불안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직도 들을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순 없지만 조금 더 이 사람에 대해서 확신이 생겼다랄까?

너무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가보고 싶은 곳을 언제나 함께 떠나지 못하는 건 당연히 아쉽지만

그렇게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이 나에 대한 사소한 것 하나하나 기억해주고 

제가 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 공감 ' 해주기 시작하면서 휴가 때는 무엇을 함께 해볼지 

정하는 일도 많아지다 보니 내가 이 사람으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지거든요.

이번 휴가 계획도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뒀고 준비해뒀으니 남자친구만 휴가를 나오면 될 거 같은데 

훈련받고 있을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번에 기다리는 시간은 이상하게 다른 날보다 더 천천히 가네요.


전역하고 다시 무뚝뚝해지면요? 

그러면 부사관으로 지원하게 만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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