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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Aug 06. 2018

당신의 색깔이 좋다




당신의 색깔이 좋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일까

내 눈앞의 세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한 세상의 색

어느 순간 거울 속의 내 모습마저 흑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렇게 자신의 색을 잃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가지고 있던 크레파스마저 색을 잃어가고 있었고 

희미하게 색을 띠던 걸로 내 몸을 칠했지만 처음부터 

흰색과 검은색이었던 것처럼 내 몸은 변하는 것 하나 없었다.

그래서 발버둥 치거나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잃어가는 것이 당연한 것만 같았기에.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땐 돌연변이 같았다.

흑백으로 가득 차 있던 내 세상에서 유일하게 색을 띠고 있었으니까


호기심이 생겼다.

색을 잃어버린 내 눈앞의 세상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퇴근시간이라 붐비는 지하철 속에서 흑백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지나며 당신에게 걸어갔고 손을 건네 보았다.

우리는 자석처럼 손을 잡았고 마주 잡은 손에서부터 

당신의 색이 나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색을 찾았을 때

잊고 있던 색의 아름다움을 당신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 퇴근시간만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고

매일매일이 다른 색으로 빛나던 당신에게 손을 잡고 스며들기 시작했다.

흑백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건 얼마나 지루한 것인지 당신이 알려주었다.


흑백이 아닌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해진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당신이 알려주었다.

우리는 칠하는 것이 아닌 스며드는 것이란 것도 당신이 알려주었다.


시간이 흘러 당신을 만나게 된 이유를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흑백으로 보였던 그 붐비는 지하철에서 당신만 유일하게 색을 띠고 있었다고

내 대답을 들었던 당신은 놀래며 나에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색으로 보였던 붐비는 지하철에서 나만 유일하게 흑백으로 보였다고


그때 처음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화려하기만 한 세상 속에서 편하게 쉴 곳 하나 없다는 게 너무나 싫었다고

매일이 축제 같았기에 조용한 세상이 너무나 그리웠다고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색을 나누어주고 있었나 보다.


내가 흑백을 잃어버려도 지금처럼 나를 사랑할 거냐고

내가 색을 잃어버려도 지금처럼 나를 사랑할 거냐고

내가 당신에게 물었고 당신이 나에게 물었다.


무슨 색을 띠더라도 사랑하고 좋아할 거라고 우리 둘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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