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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Aug 07. 2018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냐 이 말이지.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냐 이 말이지.



- 그런데 익숙해진 것 때문에 네가 소홀해진 게 맞는 걸까?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질문을 건네었기에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겠지만 우리의 인생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틀린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지금 이 나이가 될 동안 수많은 것들을 가지고 싶어 하고

처음 손에 넣기 시작하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매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내 눈에 잘 보이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그런 것들을 놓아두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방구석 어딘가에 먼지가 쌓인 채로 방치되기도 하고

창고라는 곳에 넣어두고 문으로 닫으며 햇빛을 막아버린다.

녹이 슬고 색이 바래는 것을 보며 우리는 그것을 사랑해야 하는데 

처음과 달리 조금은 변해버린 모습에만 초점을 두고 살아왔다.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당신의 눈빛을 원했을 텐데.


소홀해진 게 아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변한 것이다.

그것이 익숙해지고 우리는 귀찮아진 건 아닐까.

그것이 귀찮아지고 우리는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닐까.


- 아무래도 난 그런 것 같아. 


- 네가 했던 일들을 단순히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건 아니야? 

   내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그저 이기적인 행동들 뿐인데? 


- 그게 무슨 말이야? 


정말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친구에게 술잔을 건넸고

쓰디쓴 술을 들이키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확신으로 바뀌었다.


- 그 사람에게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냐 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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