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있을 때 취사병이라는 보직이 그렇게나 싫었는데
자취방에서 요리를 할 때면 지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칼질도 능숙하니 재료를 다듬거나 써는 일쯤은 이제 간단히 해내고
원하는 반찬이 있으면 뚝딱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국이 없으면 밥 먹기를 싫어하는 나 이기에 된장찌개도 만들어본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나면 잘게 썬 감자와 양파를 넣는다.
된장도 크게 한 숟갈 넣고 고추장도 조금 넣어준다.
잘 풀어지게 몇 번 휘저어 주다 보면 금세 된장찌개의 색이 나오는데
그때 고춧가루도 넣어주고 두부는 조금 크게 썰어 넣는다.
다시 보글보글 거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팽이버섯도 넣어준다.
간을 보고 필요하다면 조미료도 조금만.
밥상에는 방금 막 끓여낸 된장찌개와
내가 좋아하는 어묵볶음이 올라와있다.
빈약해 보여도 나에게는 최고의 구성.
숟가락으로 뜨거운 된장찌개를
입으로 불어가며 내 목으로 한 숟갈 떠 넘긴다.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
분명 나는 군대에서 배운 대로 요리를 했는데
왜 어머니가 해준 된장찌개의 맛이 나는 걸까.
다른 요리에서는 나만의 맛이 나는데
꼭 된장찌개만은 어머니가 끓여준 것만 같은 맛이 난다.
나만의 맛이 안 나면 어떠한가.
어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 맛이 난다면 그게 사실 최상의 맛일 텐데.
그러다 문뜩 드는 생각.
어머니의 된장찌개 맛도 사실 할머니에게서 나온 것이 아닐까.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할머니 댁에 가서 먹어본 된장찌개도
이 맛과 비슷했던 것 같았기에.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언젠가 된장찌개를 끓이게 되는 날이 올 텐데.
이 맛은 누구의 맛이라고 소개해줘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