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라.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면 아버지가 항상 나에게 해주신 말.
내 눈앞에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구름이 보이는데
왜 저 구름은 잡을 수 없다고 하시는 건지 매번 궁금했다.
용기를 내서 한 발짝 다가가면 딱 그만큼 나에게 멀어지는 구름.
두려움에 한 발짝 멀어지면 딱 그만큼 나에게 다가오는 구름.
마치 나를 약 올리기는 것만 같은 그 구름에 싫증이 날 때쯤
아버지의 모습 뒤편에는 먹구름이 쫓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내 눈앞에 보이는 구름 하얗고 푸르게만 보였는데
아버지의 구름은 왜 먹구름이 되었는지 이제는 알 것만 같다.
그래도 난 그 구름이 좋았다.
나를 금방이라도 태우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기에.
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풍경을 보여줄 것 같았기에.
내가 모르고 있던 세상을 보여줄 것만 같았기에.
그렇기에 내 구름은 먹구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내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직도 눈앞에는 하얀 구름이 가득하다.
그리고 아직도 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들을 때면 똑같은 말을 하신다.
-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라.
아직까지도 듣고 있는 걸 보면 내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지 두려울 때가 있지만
나에게 멀어져만 갔던 구름은 이제는 점점 나에게 마음을 연 것인지 가까워지고 있다.
정말 손에 닿을 거리에 있는 내 하얗고 푸른 구름.
아버지에게 내 구름을 보여주며 나는 말했다.
- 조금만 더 뜬구름 잡는 소리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