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등학교 1학년 때 쓰기 시작한 일기를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를 휴학한 지금 이 시점까지도 쓰고 있어요.
하루에 있었던 일을 다 쓰는 초등학교 방학 때의 일기 쓰기 숙제처럼
긴 내용의 일기가 아니라 오늘 있었던 일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글을 쓰는 식으로 거의 매일 일기를 써요.
그러다 어울리는 글이 생각나지 않을 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마음에 들거나 어울리는 말들을 찾아서 일기장에 쓰기도 했죠.
예를 들어 2011년 07월 18일에 쓴 글을 보면 이렇게 적혀있어요.
' 푸르다 못해 너무 맑은 하늘이 조금 원망스러워진다 마치 날 약 올리는 거 같아서 '
이걸 보면 이 날의 날씨는 화창했지만 나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고
내가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지냈는지 알 수 있어서 쓰는 거 같아요.
그리고 2011년 07년 18일의 하루를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게 너무나 좋기도 하구요.
하루하루 써 내려간 일기들이 쌓여가는 걸 볼 때마다 과거의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내 일기장 속에 챙겨가는 기분이 들어서 일기를 쓰는 걸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일기를 펴서 지난날을 뒤돌아 볼 때 일주일에 한 번은 비어있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그때의 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보는데
항상 대답은 돌아오지 않다 보니 그날은 혹시 내가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프죠.
그리고 항상 행복한 일기만 써 내려가는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더 이상 없기에
슬픈 이야기도 많지만 그래도 그 날의 일기를 써 뒀으니 그 날의 나를 찾아가
위로해줄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24살의 대학생인 내가 19살의 나에게 찾아가서 이렇게 말해주는 거죠.
' 그날의 나는 많이 아팠구나, 그래도 아파하지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