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주변을 많이 놓치곤 한다.
자세히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새벽, 난 이 시간을 좋아한다.
내가 새벽에 집을 나서는 이유.
해가 뜨면 주변의 어둠은 사라지고 하루가 시작되겠지.
눈을 비비고 일어나 더 자고 싶은 내 몸에게 미안해하며 일어날 테고,
나처럼 아직 잠에서 덜 깬 건지 하품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머리도 감지 못해 모자를 쓰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겠지.
누구나 하루를 시작하는 기준이 되는 아침.
햇빛은 우리를 깨우러 온다.
해가 지면 주변에는 어둠이 가라앉기 시작하고 하루가 마무리되겠지.
긴 시간을 하늘에 떠 있느라 지친 해를 위해 달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시간.
빛이 가득한 하루를 지내느라 눈이 부셔 지친 사람들은 잠에 들기 위해 집으로 돌아갈 테고,
몸을 침대에 뉘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천장을 멀뚱멀뚱 바라보다 잠에 들겠지.
달빛은 우리를 재우러 온다.
모두를 잠재운 어두운 밤에 새벽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면 기지개를 켜고 조용히 집 밖을 나선다.
지금쯤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잠들어있을 시간.
아마 달도 잠에 못 이겨 꾸벅꾸벅 졸 것만 같은 시간.
보이지도 않던 고양이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고
시끄러울 정도로 수많은 차들이 오가던 도로는 텅 비어있다.
빛나는 거라곤 혼자 쓸쓸히 서있는 가로등 몇 개.
들리는 거라곤 어디 숨어있는지 모를 귀뚜라미 소리 정도.
새벽의 세상은 참 달라 보인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녔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에 나는 가방에서 노트와 검은색 볼펜을 꺼내
수많은 말들을 적어 내리며 계단에 홀로 앉아 새벽을 태운다.
해가 뜨면 주변 모든 것들이 가만히 있어도 밝게 빛나지만
달이 뜨면 주변 모든 것들은 밝게 빛나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다.
라고 쓴 노트를 가지고 아무도 없는 새벽에
내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이 빛이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