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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Mar 24. 2016

그 남자의 일기장

벚꽃 - 1.2


그 여학생은 어색한 표정으로 교실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무언가 발견하곤

환하게 웃으며 들어와 칠판이 잘 보이는 앞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 옆으로 다가갔다.

가방에 담겨있던 책들을 책상 서랍에 넣어두다 말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조용한 교실에

들리는 친구들의 목소리와는 달리 그 여학생의 목소리는 작았기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많은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지나갔지만 

나는 담임 선생님이 들어올 때까지 한참 동안 그 여학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수학 선생님이 웃으며 들어와 자신이 담임임을 알렸다.

조회 시간을 칠판 앞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심하다는 표정을 보이며 날 바라봤고 이내 교실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날 바라봤다.

당황한 나는 내가 여학생을 너무 빤히 봐서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부끄러웠다.

선생님은 나에게 다가왔고 내 앞에 멈춰 서더니 승우의 책상을 치며 


- ‘첫날부터 교실에서 자니까 잠이 잘 와?’ 


라는 말을 위트 있는 목소리로 말했고 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다들 피식 웃기 시작했다.

다시 교탁으로 향하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승우가 날 원망한다는 듯 말을 했다.

 

- ‘야, 왜 안 깨웠어. 그리고 설마 수학 우리 담임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사인을 보냈고 승우의 표정은 이내 굳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어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 ‘총원이 36명에 남학생 20명, 여학생 16명이네?

반배정은 다 끝났고, 너희들 번호랑 자리를 정해보자. 남자 여자가 짝꿍이 되도록.’


- ‘선생님. 그냥 이대로 앉아서 수업 들으면 안 돼요?’ 


한 여학생이 손을 들며 말했는데 다들 그러길 바라는 듯 그러자며 수군거리기 시작했지만

선생님은 얇은 회초리로 교탁을 치자 ‘탁’ 소리에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는 선생님을 보곤 다들 바꾸지 말자고 입을 모았지만

가지고 온 A4용지에 번호를 적으시는 걸 보니 결과는 당연히 바꾸는 쪽으로 내려진 듯했다.

창가 쪽 자리가 마음에 들었지만 혹시 저 여학생과 같은 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멈추질 않았고 친하게 지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두근거렸다. 그러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됐다는 듯 신나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던

승우는 나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갑자기 정색을 하며 나에게 물었다.

 

- ‘아까 전에는 별로라더니, 여학생이랑 짝꿍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나나 보네?’


- ‘아닌데, 널 보니까 웃겨서. 네가 더 신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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