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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Mar 24. 2016

그 남자의 일기장

벚꽃 - 1.1

2010년 3월 2일

< 누굴까? > 



무뚝뚝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나에게도 가슴을 뛰게 했던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다.


나의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에 분반으로 학년을 구성했지만 이과 혹은 문과로 나누기 

시작하는 2학년 때부터는 합반이 되어 여학생들과 같은 반을 하게 되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수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이과를 선택했고 그때 그 여학생을 처음 만났다.


2학년을 시작하는 첫날,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땐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하나둘씩 정해지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1학년 때 와는 전혀 다른 교실의

분위기에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나보다 일찍 와 있던 승우가 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더니

얼른 자기 옆에 와서 창가 쪽 자리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고 당연하다는 듯 옆자리로 걸어갔다.


- ‘하, 여자들이랑 같이 수업을 듣다니.’


- ‘난 별로인데 왜 넌 신이 난 것 같네?’


- ‘왜? 여자랑 같이 수업도 듣고, 친해지고 얼마나 좋아?’


다른 친구들이 들을까 조곤조곤 이야기했지만 승우가 신나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모습이 왜 그리 한심해 보였는지 한숨을 쉬곤 자리에 앉아 가방을 정리하고 외투는 벗어두려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교실의 한기에 행동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 ‘아니, 잘 생각해봐.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야! 너 남녀공학인데 계속 분반하고 싶어?’


- ‘나는 그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신기한 듯 보면서 이상하게 날 보는 표정에 나는 뭐가 어때서 라는 눈빛을 보냈다.


- ‘평생 남자들이랑 살아라. 나중에 1교시 시작하기 전에 나 좀 깨워줘라 조금만 자게’


- ‘그래.’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책상에 바로 엎드려 잘 준비를 하고 있는 승우의 모습을

보곤 교실 벽에 붙어있는 시계로 시선을 옮겼을 땐 8시 23분이었다.

수업 시작까지 얼마 안 남았기에 잠 대신 이야기나 했으면 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자리에 앉은 김에 주위 친구들을 둘러보는데 나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몇 명 있었지만

말수가 거의 없는 나와는 친하지 않았기에 말을 걸자니 어색해할 것 같아 싫었다.

당연히 여학생들과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친하게 지내질 않았기에 당연히 다들 처음본거나

다름없었고 그들도 나와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기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스포츠 뉴스라도 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낼 때 누군가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얀색 목도리와 검은색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온몸을 덮고 있는 외투가 커 보이는 조그마한 여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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