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2월 2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근무 16일 차.
어색했던 옌칭 거리가 이제 좀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오늘 근무를 끝으로 작별을 고해야 한다. 떠날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아려온다.
불과 2주 남짓 중국사람들과 함께 일했을 뿐인데 그들의 얼굴을 하나둘 떠올리면 왜 이리 헤어짐이 슬픈 것인지…
괜스레 나 혼자 감상에 젖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아닌지 나조차 알 수 없다.
난생처음 만난 사람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합을 맞추는 과정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무엇보다도 팀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자 한국인인 나를 모두가 배려해 준 덕분에 티 나지 않게 일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먼저 치러봤다는 내 경험이 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내심 흐뭇하다.
그렇다고 매번 도움을 주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상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부분을 세심하게 챙기는 중국 도핑검사관들의 섬세함을 배웠고, 지나칠 정도로 철저한 방역관리도 무척 인상 깊었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시작되는 야근이 주를 이루었고 때로는 하루 16시간이 넘는 시간을 같이 일해야 했지만 개성 넘치는 팀원들의 케미 덕분에 참 많이 행복했고 감사했다.
팀을 가족이라고 부르며 크고 작은 소란에도 내색하지 않았던 매니저 가오(Gao)의 리더십.
중국에서는 이렇게 한다며 대륙의 스킬을 꼼꼼하게 전수해준 분위기 메이커 미스 우(Ms. Wu).
말은 없지만 차분히 자기 일을 소화하는 3년 차 성형외과 의사 장(Dr. Jiang).
매일 충혈된 눈으로 틈만 나면 게임을 즐기지만 운전과 시료 배송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의대 박사과정 학생 리틀 장(Jiang).
영어는 잘 못하지만 시종일관 걸걸한 목소리로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고 도핑관리실을 장악했던 미스 지(Ms. Xi) 등 좋은 동료들 덕분에 이 많은 인원이 큰 마찰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이제 베이징을 떠나면서 나는 내 인생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소중히 보관하려고 한다. 아름답게 색칠된 이 페이지의 기억도 언젠가는 빛이 바래겠지만… 그래서 더 많이, 더 촘촘하게 기록해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또 다른 나만의 베이징을 찾아 떠날 것이다. 짜이찌엔, 베이징 그리고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