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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Feb 06. 2020

미군부대와 부대찌개

BTS 노래를 AFN으로 들었다. 

미군부대 스타일

오산 미 공군기지 페스티벌에서 미군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미군부대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부대찌개, 씨레이션, 초콜릿, 코냑, 말보로, 커피, 군대 야상, 모포, 팝, 재즈, 로큰롤... 아마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서 미군과의 합법적 동거가 시작된 것은 1953년도부터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면서 미군과 미국의 문화가 본격적으로 이 땅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 근.현대사에 있어서 미군부대가 일정 부분 문화 전파의 통로가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Mutual Defense Treaty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은 1953년 10월 1일 한국의 방위를 위해 미국과 맺은 군사 동맹으로서 지금까지 유일한 동맹조약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우리 대중가요를 이끌었던 왕년의 스타들이 미 8군 무대를 거쳤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신들린 기타 연주로 어린 나이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신중현도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연주했다. 그가 작곡한 노래 '님은 먼 곳에'는 2008년에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오산 미 공군기지 에어쇼에서 미국 뮤지션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그밖에도 김시스터즈, 김추자, 윤복희 등 걸출한 스타들이 미 8군 무대를 거쳤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미군부대는 제법 수입이 괜찮은 밥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 8군의 엄격한 오디션을 통과한 가수와 연주자들만이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싸이와 BTS 노래를 AFN에서 들었다.  

해 전 부대 안을 운전하다가 주한미군 라디오 방송인 AFN을 통해 익숙한 한국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채널을 다시 확인해 보지만 AFN (송탄 88.5 MHz)이 맞다. 그때 플레이되었던 노래가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그때가 AFN에서 한국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도 AFN에서 방탄소년단의 <Make It Right>가 흘러나왔다. 세련된 곡 진행과 노래도 좋았지만 사실 그들이 대한민국 뮤지션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아직도 지인들로부터 부대 내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곤 한다. 심한 경우는 미군부대 콜라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콜라보다 더 톡 쏘는 청량감이 좋아 부대 콜라만 찾게 된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부탁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주한미군 면세 매장의 대다수 물건들이 Made in China이거나 Made in Vietnam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품질 좋은 제품이 바로 Made in Korea다. 그래서 굳이 규정을 어기거나 아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면서까지 미군기지 물건을 구매할 이유는 없다.


요즘도 미군기지 앞 쇼핑몰을 거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부대 앞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큰 사이즈의 옷, 다트 (Dart), 할리 데이비슨 등 미국스러운 것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언젠가 온라인에서 "의정부 부대찌개가 맛이 있다." "아니다. 송탄 부대찌개가 더 낫다."는 글도 본 기억이 난다. 이렇게 부대 주변을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자신들의 기호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서가 아닐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음식들이 섞여 탄생한 부대찌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함께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부대찌개의 역사를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우리의 음식과 문화가 미국 사람들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킬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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