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국제 도핑검사관 활약기]
"승객 여러분, 이제 우리 비행기는 곧 하노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현재 현지 기온은 섭씨 31도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기장의 경고처럼 하노이의 습한 무더위가 몸속으로 훅 파고든다.
오늘이 베트남 국경일인가 싶을 정도로 비행기를 가득 채운 승객들 사이로 간신히 입국심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한동안 풀린 눈으로 서서 컨베이어 벨트 위를 행진하는 캐리어들을 바라보며 제일 익숙한 가방을 골라 밖으로 나갔다.
고맙게도 자원봉사자 한 명이 내 이름이 적힌 표지판을 들고 서 있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그를 기다리게 만든 것이 내심 미안하다. 자신을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라며 소개한 그는 아직 1학년이라서 한국어가 서툴다며 난처해한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아닌 나로 인해 수고했을 생각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 역시 오래전 누군가를 기다린 적이 있다. 공항에서 이름표를 들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지만 그런 수고가 낯선 환경에 처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안도감을 주는지 잘 알고 있다.
공항 이곳저곳이 동남아시아 경기에 참가하려는 선수들과 관계자들로 복잡하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번에 함께 일을 하게 된 다른 나라 도핑검사관들도 만났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다국적 연합팀이다. 마치 마블사의 영화 어벤저스처럼 갑자기 힘이 솟구친다.
아마도 시간은 걷잡을 수 없이 달려 또다시 나를 원점으로 돌려놓겠지만 이곳 하노이에서의 날들만큼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머물렀으면 하는 기도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