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Team, One Fight!

[좌충우돌, 국제 도핑검사관 활약기]

by 이건

하노이 2일 차. 도쿄와 베이징 올림픽 때와는 달리 이번 하노이 동남아시아 대회는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큰 걱정거리를 덜어낸 셈이다.


이른 아침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좀비처럼 걸어가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므로 굳이 하노이에서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이것도 하나가 될 것이다.


오전 10시. 도핑관리 지휘본부에서 첫 번째 전체 회의가 개최되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회의 내내 마음이 복잡하다. 대회가 바로 코 앞인데 조직위원회의 준비 상태가 심각하리 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핑검사관들의 근무지와 스케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시료 수송을 담당하는 업체의 계약도 불과 이틀 전에 성사되었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원인을 찾는다면 무엇보다도 인력과 예산 부족, 그리고 상급부서의 승인 절차가 지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모두 40개 종목 522개의 이벤트가 이곳 하노이를 비롯해 11개의 위성도시에서 개최된다.


검사 건 수가 대략 1,0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도핑검사관 중에서 혈액을 채취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이곳에서 채취한 소변과 혈액시료는 모두 태국 방콕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세계 반도핑 기구(World Anti Doping Agency)'에서 인정한 실험실이 없기 때문이다.


오후에 진행된 경기장 실사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펜싱, 보디빌딩, 우슈 경기장을 방문해 보니 검사용품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집기류조차 배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것을 담당하는 베트남 도핑방지위원회 직원이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이미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같이 큰 대회를 경험한 국제 도핑검사관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 키 포인트는 초청받은 검사관들의 역할에 달려있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역할은 정확한 팩트 체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불평 없이 부족한 공간을 찾아 채워주는 노련함과 헌신이 아닐까.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환하게 웃는 국제 도핑검사관들의 모습에서 나는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될 거라는 가능성을 보았다. One Team, One F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