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경기 Day 2, 두 번째 격돌

[좌충우돌, 국제 도핑검사관 활약기]

by 이건

이곳 하노이에 오기 전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손발을 맞추는 일이 결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쏟아지는 압도적인 업무량에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보이지 않는 균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대회 첫날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도핑관리실 운영을 해 보겠다며 도발하는 베트남 도핑검사관들의 행동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도핑검사관 교육을 수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가 육상이라는 종목 특성상 노련한 검사관도 힘들어하는 일을 이제 갓 검사관이 된 사람들이 전반적인 운영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요청에 따라 오후 스케줄 전반을 맡겨보기로 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는 저녁이나 함께 하자며 베트남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그들이 이 업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설득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해서 패한 첫 번째 격돌의 내상 때문에 나는 즉시 화해의 손을 잡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어제의 교훈은 모든 것들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일이 끝날 무렵 또다시 베트남 매니저가 다가와 오늘은 꼭 저녁에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온다.


흔쾌히 수락을 하고 식사를 위해 본부 앞에 대기한 승용차에 올라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소탈한 선술집으로 나름 분위기가 좋다.




각자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반갑다며 연신 맥주 원샷을 외친다. 그렇게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500CC 9잔을 목에 털어 넣었다.


술은 코로나의 두려움은 물론이고 언어의 장벽까지 뛰어넘어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소통이 즐거우니 오늘따라 취하지도 않는다. 술을 잘 마신다며 엄지 척까지 해 주는 그 사람들과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자정이 넘게까지 웃고 떠들며, 또 때로는 술에서도 서로 지지 않겠다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우리의 두 번째 격돌은 그렇게 모두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