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작별

[좌충우돌, 국제 도핑검사관 활약기]

by 이건

육상 경기 4일 차를 마치고 마지막 경기인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 지원 나갈 수 있는지를 물어온다.


하노이에 오기 전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미리 약속을 해 놓은 터라 달리 선택지가 없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이 많은 육상 경기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동안 함께 고생한 식구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경기장에서 지지고 볶고 하다 보니 어느새 동료애가 생긴 모양이다.


이란에서 온 의사, 베트남 도핑검사관들과 함께 마지막 기억을 담고 있다.


아쉬운 작별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해 잠시 오해를 한 적도 있었다. 사람이 미웠다기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규정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또 한 번 나를 속 좁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까닭이다.


"건강하게 지내시라… 또 그동안 감사했다. 부디 안전하게 귀국하길 바란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중요한 말은 하지 못했다.


내 마음 그릇이 작아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는 조금 미운 마음이 생겼었다고,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