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국제 도핑검사관 활약기]
제31회 하노이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참가는 도핑검사관인 나에게 또 다른 관점에서의 시각을 확장시켜 주었다.
도핑방지 절차와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한국과 올림픽 경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서 종종 목격된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대회를 한 달 앞두고 급하게 양성한 베트남 도핑검사관들의 실수가 한몫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핑검사 절차 위반이나 미이행은 큰 대회를 많이 치러보지 못해서 발생한 경험 부족에서 기인한다.
처음에 이런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으나 정작 사고를 친 사람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태연하기만 하다.
그들의 이런 초긍정의 낙천적인 모습은 하노이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사람과 자동차,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뒤섞인 도로의 무질서함 속에서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거리 곳곳에서 제복을 입고 근무시간에 앉아있거나 아무렇지 않게 누워있는 모습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베트남 역시 우리나라와 같은 아픈 침략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1955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월남전을 치르고 강대국 미국의 철수를 이끌어 내기도 한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짧은 시간에 베트남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그들의 모습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언제나 여유로워 보인다.
습관처럼 내뱉는 "It’s okay. No problem."이라는 말처럼 무질서해 보이는 그들의 삶 속에 어쩌면 또 다른 질서가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