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국제 도핑검사관 활약기]
베트남 도핑방지위원회 요청에 따라 이번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남자축구 준결승전에 파견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과 태국 국가대표팀이 결승전 티켓을 놓고 한판 승부를 겨룬다.
그동안 여러 번 K-리그 프로축구 경기에서 도핑검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지만, '아시아 축구연맹(Asian Football Confederation, 이하 AFC)'에서 개최하는 국가별 대항전에서 일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하루 전 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특별 지시사항을 전달받고 하노이로부터 약 90여 킬로미터 떨어진 '띠엔 쯔엉(Thien Truong)' 경기장으로 향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경기장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관계자로부터 특별 출입증을 받은 뒤 배정된 도핑관리실의 준비상태를 확인하고 선수들의 동선을 미리 체크했다. 이렇게 동선을 체크하는 것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 중 하나다.
아무리 준비가 철저해도 도핑검사 대상이 되는 선수를 놓친다면 검사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AFC 의무 관계자를 비롯해 양 팀 의사를 만나 검사 계획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신태용 감독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베트남 도핑검사관들과 회의까지 마치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응원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거린다. 자국팀의 경기가 아닌데도 좌석을 가득 채운 베트남 사람들이 축구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경기장 한편에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경찰과 소방 인력이 배치돼 있다.
오후 4시.
힘찬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양 팀 2명씩 모두 4명이 퇴장되는 치열한 접전은 결국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태국이 1대 0으로 승부를 매듭지으면서 장장 120분 간의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 덕분에 모처럼 몰입해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환호와 함성이 사라진 텅 빈 경기장. 이제 내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