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들의 수다

[B급 통역의 자원봉사 도전기] 국제기능올림픽

by 이건

이번 국제기능올림픽 미장 직종에서 활동하고 있는 통역은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카자흐스탄, 대만, 인도 등 모두 7명이다.


이중 2명은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이고, 나머지 4명은 통역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국위를 선양하고 메달이 걸려있는 중요한 대회다 보니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대한민국과 달리 통역사를 대동하고 출전하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사실 국제기능올림픽 통역은 대단히 난이도가 높은 역할이다. 모든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가 많고 채점방식이나 도면 해석은 영어를 떠나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통역은 지정된 장소에서 별도의 호출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면 되는데 이 시간에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고 선물이나 명함을 건네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도 한다.


선수 컨디션은 어떤지, 어설프게 알고 있는 상대방의 언어를 말하며 관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아침마다 만나면 언제 맥주 한번 같이 마시자고 인사를 건네는 인도 통역, 매일 지각하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카자흐스탄 통역도 있다.


앉으면 조용히 공부만 하는 일본과 대만 통역, 스마트폰과 열심히 씨름하는 프랑스 통역, 철저히 경기장에 머물며 항상 스탠바이하고 있는 중국 통역까지 성격과 개성이 다른 우리가 이렇게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롭다.


하지만 이런 동료들이 있어서 무척 든든하다. 왜냐하면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은 예민해져 있고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나라 통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함께 대기하며 또 열심히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우리들 통역에게는 적어도 대회 기간 동안 나의 생각이란 것이 존재할 수가 없다.


별것도 아닌 농담을 위해 통역을 부르고, 단지 불안하다는 이유로 늘 옆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로부터 내가 소비되어진다는 상황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내가 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눈과 귀는 여전히 선수를 향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