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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31. 2024

스포츠 인연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대회 참가기]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도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근무하며 평소 자주 접하지 못했던 경기를 실컷 만끽하고 있다.


물론 일이 먼저니 마음을 내려놓고 경기에 오롯이 몰입할 수는 없다. 도핑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검사 정보를 알 수 없도록 미통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는 물론이고 관계자나 대회 운영진들이라고 예외는 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서 사람들은 뭐 그리 유난을 떠냐는 식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누가 어떻게 검사를 받느냐와 같은 정보는 선수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철저한 보안이 생명이다.


여기서 한 가지 딜레마가 생긴다. 도핑관리실에서는 대회 기간 중 스포츠 매니저, 미디어 매니저, 의전팀, 수송팀 등과 업무 협의를 하며 여러 정보들을 묻곤 하는데 정작 그들이 도핑검사관에게 오늘 몇 명이 도핑검사를 받는지 물어오는 경우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다.


이렇게 'Give and Take'란 일반적 관행을 지킬 수 없는 정보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부서의 반응은 점점 냉랭해진다. 그래서 사전에 우리 업무의 특성을 설명하고 양해도 구해보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왠지 내가 꽉 막힌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을 하는 듯하다.


다행히도 이번 올림픽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 그들 모두 도핑검사관이지만 이번엔 다른 역할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 두 명 모두 경기 운영을 맡고 있다 보니 현장에서 요긴한 정보들을 제공받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종목과 경기장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도핑검사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매번 고민하게 되는데 이번엔 소중한 인연 덕분에 큰 고민 없이 즐기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를 통해 맺은 인연으로 삶의 행복지수가 상승함을 느끼니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든다. 중간중간 요기나 하라며 건네주는 컵밥부터 경기 스케줄이나 변경된 내용을 알려주니 검사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연의 힘은 참 막강하다. 그래서 더 두렵고 또 소중하다. 마치 비싼 유리 장식과 같이 만남의 순간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쉽게 깨져버리는 것이 인연 아닐까?


이번 올림픽을 치르면서 새롭게 맺은 인연도 있다. 처음 만난 자원봉사자들, 함께 근무한 도핑검사관들 그리고 대회 관계자 모두 그렇다. 이번 만남을 통해 우리의 인연이 어떻게 확장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매 순간 소중하게 다가오는 인연들은 많지만 그 인연을 담을 내 마음의 그릇과 열린 시각이 턱없이 부족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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