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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27. 2024

올림픽 메달의 무게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대회 참가기]

치열했던 경기가 끝나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상식은 누군가에게는 기쁨을, 또 다른 사람에게는 차가운 현실을 확인시켜 주는 잔인한 시간이다. 그래서 시상대에는 두 개의 눈물이 존재한다.


도핑검사라는 것이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나 승리한 팀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승리한 선수에게 도핑검사는 다시 한번 자신의 성과를 확인시켜 주는 즐거운 과정이지만, 패배한 선수에게는 "경기에서 진 것도 아쉬운데 왜 내가 도핑검사를 받아야 하지?"와 같은 고통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모든 선수는 잠정적으로 도핑검사 대상자가 된다. 경기에 져서 울고 있는 선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도핑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 순간은 매우 미안하고 고민스러울 것이다.


시상식과 인터뷰가 끝나면 선수들이 목에 서로 다른 색깔의 메달을 걸고 도핑관리실로 입장한다.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들이 참가하는 올림픽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성장하면서 이미 수없이 많은 환호와 절망을 경험한 그들은 대체로 무덤덤한 모습으로 승패와 관계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때론 이길 수도, 또 때로는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체득한 그들은 한순간의 메달의 색깔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확실히 청소년들의 모습은 성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도핑관리실 안에서도 서로 상대 선수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는 냉랭하다. 몸은 성인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경기에서 이기거나 또 진 선수에게 다가가 수고했다며 악수를 나누거나 서로를 안아주기엔 아직 마음이 턱없이 어리다.


그래서 도핑검사관들은 미성년자 선수를 대할 때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하며 모든 과정에서 성인, 즉 선수 대리인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모든 조정절차는 반드시 보고서에도 기록되어야 한다.


청소년 선수들에게 아직 올림픽 메달은 많이 무거울 것이다. 메달 색깔의 다름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도 결코 쉽진 않을 것이며 더 큰 선수로 성장해 메달이 그럴싸하게 어울릴 정도가 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금, 은, 동과 같이 세 가지 색깔만이 존재한다. 비록 경기는 끝이 났지만 그 색깔의 무게를 잘 견뎌내야 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어쩌면 은퇴 이후에도 선수는 메달의 색깔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은퇴 이후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OO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같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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