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건 Feb 04. 2024

Good bye, GANGWON!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대회 참가기]

새벽 2시 퇴근. 장장 16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을 했다. 전날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저녁 8시에 시작된 관계로 경기가 끝나고 이어진 시상식과 인터뷰, 그리고 팀별로 이어진 포토타임 등의 여파로 퇴근이 늦어져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기가 끝나면 임무가 종료되지만 도핑검사관의 경우 경기가 끝나야 비로소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대개는 경기장에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게 된다. 한 번은 시설 관리인이 경기장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문을 모두 닫아 버려서 퇴근을 하지 못할 뻔한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 마지막 날 새벽에 퇴근을 했지만 다시 오전 10시 40분에 컬링경기장으로 출발을 해야 한다. 숙소가 평창이었으므로 강릉까지 40여 킬로미터를 운전해서 오고 가는 강행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수고해 준 자원봉사자들과 도핑검사관 선생님들의 든든한 지지와 협조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내 생애 4번째 올림픽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마무리하고 그날 저녁 함께 고생을 해 주신 도핑검사관 선생님과 조촐한 송별회를 가졌다. 피곤 때문이었는지 맥주 한 캔에 서로의 얼굴이 빨개졌고 양치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침에 일어나 강원도에서의 모든 짐과 기억을 가방에 담고는 집으로 향했다. 200여 킬로미터의 거리가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와 딸을 만나니 "이제야 내가 올림픽에 다녀왔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저녁 6시 반에 잠시 누웠던 것 같은데 아침 6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깼다. 무려 12시간을 잤나 보다.


커피로 간신히 정신을 깨우고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낸다.   



[전체공지] 안녕하세요? 도핑관리실장 이건입니다. 지난 2주 동안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에서 수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올림픽 도핑방지 분야에서 상당수의 검사가 우리 경기장에서 이루어진 점을 생각해 보면 여러분들의 수고가 얼마나 컸을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고, 또 계획에도 없던 검사를 위해 이른 아침 이동했을 우리 샤프롱들과 검사관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 덕분에 아무런 문제 없이 검사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이번 대회의 꽃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연이 또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역동적인 스포츠 현장에서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어제 집에 와서 오늘 아침까지 12시간 정도 잠을 잔 것 같아요. ^^ 여러분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길 바라며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단톡방을 계속 유지할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괜히 번거롭게 해 드리는 것 같아서 내일까지만 소통하고 그다음에 문을 닫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개인 톡이나 연락처를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우리 사랑하는 샤프롱들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고 또 격려합니다. 항상 안전하세요. 감사합니다. 도핑관리실장 이건 드림.



때론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도, 빽빽한 근무로 인해 식사를 거르는 일도 많았지만 함께 고생해 준 멤버들이 있었기에 이번 올림픽을 따뜻하게 치렀다.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지금은 잠시 이별이지만 강원도.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했던 소중한 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이전 09화 돈덩어리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