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파리에 먼저 도착한 선발대로부터 전해오는 소식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직원은 저녁시간에 근무할 수 없다며 약속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고, 조직위원회에서 예약해 놓았다는 호텔 투숙객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으며, ‘통일과 조화’를 강조하며 반드시 유니폼을 착용해야만 한다던 그들은 도대체 유니폼을 몇 장이나 준비했기에 벌써 동이 나 버린 것일까.
한편 ‘종이 없는 도핑검사’를 구현하겠다며 글로벌 기업 삼성으로부터 태블릿을 후원받았으면서도 정작 운영 프로그램이 구동되지 않아 근무가 취소되는 등 현장이 매우 어수선하다는 말도 그리 놀랍진 않다. 결국 이들의 부실한 행정을 참지 못한 한 도핑검사관이 조직위를 향한 경고문을 단톡방에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지난 6개월 동안 무던히 참으며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평창, 도쿄, 베이징 등 여러 올림픽에 참가하는 동안 불편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파리올림픽만큼 심장이 쫄깃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예측 가능하고 기대치 이상이었으므로 지난 올림픽을 준비한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이번에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어떨 때는 화가 나기라도 하면 “파리 조직위 사람들은 도대체 머릿속 나사가 몇 개는 풀린 것 아니야?” 하다가도 순간의 불편함만으로 그들의 모든 수고를 원초적으로 비난하며 평가절하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큰 대회는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들 또한 소통과 이해를 통해 같이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픽 정신에도 보면 “스포츠를 통해서 심신을 향상시키고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며 우정, 연대감,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지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공항 게이트 앞에 앉아있다.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멘털이 무너지지 않게 꽉 잡았던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이제 또 다른 곳에서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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