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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ul 08. 2024

그래도 파리니까...

[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처음엔 친환경 올림픽을 구현하겠다며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미국, 독일, 영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무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자국 선수들의 경기력과 쾌적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 휴대용 에어컨을 가져가겠다고 하자 결국 파리가 한발 물러나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편 센강에서 펼쳐질 예정인 오픈워터 종목과 철인 3종 경기 수영 또한 수질 문제로 말이 많다. 거기에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다리 밑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텐트를 시 당국이 강제로 철거하기도 했다. 그러자 화가 난 사람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의 일방적인 시책에 반발해 센강에 오물을 배설하자는 캠페인까지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파리 시내의 노숙자 텐트 철거에 반대해 센강에 오물을 배설하자는 내용의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센강 수질을 비판하는 패러디 (출처: 인스타그램)


다른 분야에서의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혼란 속에서 마침내 도핑검사관들의 근무지와 근무 일정이 발표되었다. 문제는 파리 조직위에서 보내오는 일상적인 파일조차도 은행처럼 2차례 이상의 복잡한 인증을 거쳐야만 해당 파일에 접속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파일이 열려 내용을 확인할 수가 있지만 도무지 파일이 열리지 않아 내용을 볼 수 없다며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접속이 안 되는 문제는 나에게도 예외가 없었는데 마침 2018년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인연을 맺었던 한 외국 도핑검사관의 도움으로 내 근무지와 일정을 간략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120여 명이 모여있는 국제도핑검사관 단톡방에서는 “2018년 평창올림픽이 좋았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이 좋았었다.”며 옛 기억들을 소환해 보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또 기다림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최강의 IT 환경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열리지 않는 파일이 있다는 사실은 선뜻 인정하기 어렵다.


어찌 됐든 이런 불필요한 이중. 삼중의 잠금장치 덕분에 조직위로 문의하는 이메일의 양도 두 배 세배로 늘어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다른 올림픽에서 그랬던 것처럼 도핑검사관들에게 보안 서약서를 받고 필요한 파일이나 자료에 접속할 수 있도록 보다 쉽게 기획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도핑검사의 특성상 내가 배정된 근무지를 먼저 밝히긴 어렵지만 내가 일할 종목은 제법 익숙한 분야여서 마음이 가볍다. 총근무일은 12일, 휴일은 6일로 책정되었으며 근무시간은 하루 기준으로 대략 7시간에서 10시간 정도다. 프랑스 노동법에 따른 조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올림픽에서 하루에 10시간에서 16시간을 근무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수월할 전망이다. 


출국은 예정대로 7월 23일로 정해졌다. 혹시라도 궁금해할 독자분들을 위해 도핑검사관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간략하게 적어볼까 한다. 일단 왕복 항공권과 숙소 (2인 1실)가 제공되고, 하루 근무수당은 70유로, 근무일마다 16유로의 한 끼 식사비, 교통카드, SIM 카드, 유니폼 (재킷 1, 티셔츠 4, 모자 1) 등이 지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혜택은 화려하면서도 뜨거운 올림픽 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파견을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교육도 받아야 하고, 수없이 많은 자료들도 다운로드하여야 하고,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 사람도 있으니 저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여러 불편함이 있겠지만 그래도 파리니까 모를 때는 물어보고, 또 때로는 염치 불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라도 난 그곳에 가고 싶다.   


#Paris2024 #국제도핑검사관 #Play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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