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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ul 06. 2024

2024 파리올림픽 출정식에 가다.

[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선수들만 성대한 출정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올림픽파크텔 3층으로 이전한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이번 올림픽에 파견을 가게 된 도핑검사관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무래도 출정식이 평일에 열리다 보니 일부 검사관들은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약 80여 명의 도핑검사관이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이중 대다수는 본업을 가지고 있다. 직업군도 대학교수, 임상병리사, 번역가, 체육행정가, 연구원, 사업가, 교사 등 다양하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도핑검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지런한 ‘N 잡러'들이다.


나는 이들을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그들로부터 큰 에너지를 얻는다. 나이나 경력을 떠나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쉬어야 할 시간들을 또 다른 일로 채우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각자 생각하고 있는 삶의 지향점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일에 대한 간절함이라든지, 목표에 대한 성실함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도핑검사관들은 이른 새벽시간이나 늦은 저녁도 가리지 않는다. 검사 장소도 서울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우리나라 전역이 근무지가 된다. 골프장이나 훈련장, 선수 집과 같이 검사장소 중 상당수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많기 때문에 도핑검사관으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다.    

사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우연히 접하게 된 도핑검사 업무는 내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바꿔 주었다. 자칫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어느 분야나 애로사항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좋은 점들이 훨씬 많아 이 일을 계속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올림픽에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이번에 파견되는 도핑검사관들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싶다.


오전 11시에 잡힌 출정식은 사무총장님의 격려사를 시작으로 이번 파견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는 등의 자상한 당부사항이 담겨 있다. 이후에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도핑검사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소감과 다짐을 들을 수 있었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까지 대접받았다.  


얼마 전부터 파리올림픽 단톡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심심할 때마다 수다도 떨고, 어떤 음식을 가져갈 지도 이야기 한다. 아울러 조직위로부터 받은 이메일 수신 여부나 출국일, 근무지 등 소소한 정보들도 함께 공유하며 팀 코리아로서의 팀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오해는 소통의 부족에서 기인하고 실수는 준비 부족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께 준비하고 의지를 다지다 보면 이번 출정식의 의미처럼 올림픽을 위한 ‘하나 된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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