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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Aug 01. 2024

또다시 태극기…

[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어제 또 한 번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처음에 펜싱 종목에 배정받았을 때부터 왠지 느낌이 좋았는데 역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관중석에는 연신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이곳 파리에 와서 이렇게 많은 한국사람들을 보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준결승전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맞붙게 되었을 때 도핑관리실 분위기가 살짝 이상하긴 했다. 나빼고는 모두 현지 도핑검사관과 자원봉사자다 보니 괜히 상대방을 자극할까 싶어서 우리나라 선수가 점수를 내도 굳이 못 본 척하면서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이 프랑스를 45대 39로 물리쳤다.


헝가리와 붙은 결승전에서도 준결승전의 기세를 몰아 선수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마침내 금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을 획득하고 부둥켜안은 선수들.


올림픽에서 세 차례나 연속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성과다. 공동취재구역에 있는 외국 기자들도 그와 관련된 질문들을 쏟아낸다. 3연패 한 기분이 어떤지, 특히 오상욱 선수에게는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획득이라는 최고의 펜서로써 2관왕의 위엄을 달성한 소감이 어떤지도 물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이어진 Press Conference 모습


시상식과 기자단 인터뷰가 끝난 무대 뒤에서 한국 선수단은 서로 믿을 수 없다며 감격해한다. 아침식사만 하고 점심과 저녁을 쫄딱 굶었으니 배도 고프고 피곤할 법도 한데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의 요구에 일일이 답해주는 인성과 매너도 돋보인다.


여담이지만 프로야구 등 일부 선수들을 보면 어설픈 유명세에 거만해져서 팬들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혼자서 잘해서인 줄 알겠지만 모든 경기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팬들이다.


그들이 과연 무엇을 찾고자 그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이곳 파리까지 왔는지 우리 대한민국 펜싱 선수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팬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이런 것이 바로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


아직 여드름도 채 가시지 않은 20대 초반의 프로 야구선수가 "재수 없게 도핑검사에 걸렸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난 그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러웠다. 우물 안 개구리의 말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계와 하계 모두 합해 다섯 번의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적어도 내가 만난 레전드라고 불리는 선수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다. 도핑검사 절차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의 중요성, 검사관에 협조하는 태도 모두 레전드라고 인정할 수 있다.


어제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네 명의 레전드가 탄생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곳이 바로 금메달 맛집인가 보다. 이 여세를 몰아 태권도에서도 값진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다시 태극기!


#Paris2024 #국제도핑검사관 #Play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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