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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Aug 04. 2024

기쁘고 또 슬픈, 공동취재구역

[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에서 종주국 프랑스팀이 선전하고 있다. 관중들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모든 도구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프랑스 관중들이 국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거의 이긴 줄 알았던 경기는 마지막에 나온 선수의 실책으로 인해 뒤집혀 버렸고 결국 프랑스팀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마지막에 출전했던 선수가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린다. 오히려 위로를 받아야 할 동료선수들이 그를 더 위로해 주고 있다.


경기구역(Field of Play)에서의 치열한 경기가 끝나면 기쁨과 아쉬움을 가르는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된다. 무대에는 환호하는 이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 사이로 위로의 박수와 함성으로도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공간이 형성된다. 이긴 자와 패한 자가 반드시 마주해야만 하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선수들의 땀이 기록된 전광판


그렇게 모든 것이 끝이 난다면 좋았을 텐데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동취재구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Mixed Zone’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리는 매우 잔인한 공간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거쳐야 하는 공동취재구역


여기서 선수들은 다시 한번 승자와 패자를 확인받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승리한 자는 또다시 환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되고 여기까지 오면서 숨겨두었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에서 패한 자는 다시 한번 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카메라 앞에서 고백해야만 한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오로지 신이 선택한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공간인 만큼 승자의 기쁨과 패자의 슬픔에 대해 우리로서는 감히 그 무게를 상상하기 어렵다.       


#Paris2024 #국제도핑검사관 #Play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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