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파리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 파리의 문화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기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다. 아직 2주라는 시간이 더 남아있긴 하지만 제대로 파리를 이해할 수는 있을까?
그동안 도핑검사라든지, 아니면 국제대회 기능올림픽 자원봉사 통역 등으로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파리 사람들은 우리와 웃는 포인트도 살짝 다른 것 같고, 소위 그들이 여유라고 말하는 것들은 내 눈엔 그저 실수를 적절하게 포장하기 위한 무책임한 말들로 느껴진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이곳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해도 이런저런 여지들을 남겨두어 혼란이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얼마 전 불어로 된 도핑검사관 계약서가 담긴 메일 하나를 보내왔다. 지구촌 전역에서 온 약 150여 명의 도핑검사관들에게 영어 번역본도 없이 보내놓고는 대뜸 서명을 해서 다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들 이게 무슨 내용인지, 그냥 서명을 해도 되는 것인지 문의가 쇄도한다. 아무래도 10페이지나 되는 계약서다 보니 불어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쉽게 서명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후 시그널이라고 하는 우리의 카카오톡과 같은 대화방이 시끄러워졌다. 영어로 된 번역본을 받기 전까지 서명을 하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제야 조직위 도핑관리본부는 프랑스 법에 따르면 모든 계약서는 불어로 되어 있어야만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을 하고는 참고용으로 짧게 번역된 영문 계약서를 첨부했다.
이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영문 번역본을 함께 보내주었으면 혼란이 훨씬 덜 했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일들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보니 파리를 더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면이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이번 올림픽의 메달 디자인과 시상식을 위해서 루이뷔통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참가해 럭셔리함을 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올림픽을 만들어 가는 대회 스태프의 보건과 안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메트로 등 대중교통은 대체로 새벽 1시가 넘으면 운행이 종료된다. 그래서 자정에 일이 끝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한다. 대중교통 운행이 종료된 새벽 1시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조직위로부터 택시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문제는 조직위에서 불러주는 택시는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을 넘겨서야 도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또 택시가 도착해도 엉뚱한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몇 번의 전화 통화를 거쳐야만 택시를 탈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도로에 택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도쿄올림픽때와 같이 지정된 장소에 택시를 대기하게 하고 이를 이용한 도핑검사관이 조직위가 제공해 준 택시 쿠폰에 서명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파리의 택시는 절대 오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할 정도다.
이런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파리를 이해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무엇을 더 보아야 파리를 잘 알 수 있는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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