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마치 한국의 가을을 미리 가불해서 쓴 것처럼 올해 나에게 여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일 무더울 거라던 파리는 예상과 다르게 선선했고 잠시 밖을 걸을 때만 햇살이 따갑다고 느꼈을 뿐 경기장에서는 긴팔에 바람막이까지 입어야 할 정도로 시원하게 보냈다.
처음부터 파리라는 낯선 공간에서 편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괜한 걱정에 이런저런 자료들도 미리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 접근방법에 문제가 있었는지 찾는 자료와 알고리즘마다 좋은 않은 내용들로 연결된다.
공공장소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거나, 사람들도 불친절하고, 심지어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그래서 출국 전부터 파리에 대한 경계심이 어느 정도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 나는 일터와 숙소만을 오고 가기로 결심했다. 괜히 안 좋은 일에 엮여 불필요하게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그 선택에 충실했었다.
우연히 주어진 4일간의 휴무 기간에 파리를 걷고 달리면서 파리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운이 좋았는지 몰라도 나는 망설임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휴대폰을 주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고, 잘 모르면 아무나 붙잡고 길을 물어보기도 했다.
모두들 친절하게 내 요구에 응해 주었고 그때마다 나는 내 걱정이 괜한 기우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혹자는 내가 소매치기나 험한 일을 당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낭만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며칠 전부터 출근 또는 퇴근할 때 약 5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나에게 5킬로미터는 곧 떠나야 하는 파리를 내 머리와 마음에 새기기에 적당한 거리이자 시간이다.
파리야, 고맙다. 내 여름을 가을로 치환해 주고 또 내 추억의 저금통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구나. 내 어리석음으로 널 잘못 이해하고 오해했던 점은 너그러이 용서해 주렴. 굿바이 나의 파리여…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그리고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8위를 기록했다.
[작가의 멘트] 이런 역사적인 현장에서 보낸 지난 3주 동안의 저의 소소한 일상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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