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오늘 아침 선수촌에 들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의 도핑검사를 총괄하는 국제검사기구(ITA) 관계자와 이번 파리올림픽 도핑관리본부 책임자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기념으로 몇 권 전달하기 위해서다.
책은 지난해 6명의 도핑검사관이 모여 함께 저술했고 올해 2월에 출간된 <스포츠 도핑>이라는 책이다. 비록 한국어로 쓰여 그들이 읽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 책은 우리나라 검사관들이 도핑방지 업무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과도 같고, 또 이번 올림픽에 초대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담겨 있다.
파리에 온 첫날 책을 전달할까 고민했으나 도핑검사 업무를 통해 우리의 실력을 인정받은 뒤에 책을 주는 것이 타이밍상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괜히 현장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 창피를 당한 상태에서 전달하는 책은 큰 의미가 없겠다는 나름의 전략이기도 했다.
도핑검사기구 담당자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준비해 간 책과 기념핀도 전달해 주었다. 책을 주고 나와서 선수촌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방문일테니 한 번이라도 더 보자는 심산이었다.
오늘 보니 선수촌이 무척 휑하다. 지난달 23일 입촌했을 때만 해도 선수들로 북적였었는데 벌써 많은 종목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까닭에 한산하기만 하다.
선수촌 내부를 걷다가 우연히 풀밭을 보았다.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의 한 시골을 방문했을 때 나는 그때 한 번에 많은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일곱 잎 클로버까지 찾기도 했다. 그 이후로 풀밭만 보면 네잎클로버가 있는지 찾아보곤 했는데 오늘 그 아이가 내 눈에 딱 들어오고 만 것이다.
지나가던 벨기에 필드하키팀이 무엇을 찾느냐며 궁금해했고 나는 내가 찾은 네잎클로버를 보여줬다. 내일 준결승을 앞두고 있다는 그들도 왠지 감이 좋다며 축하해 주었다.
네잎클로버는 생장점에 상처를 입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네 잎이 된 클로버를 지칭하며 보통 행운의 상징으로 취급된다. 그런 행운의 아이콘을 파리에 와서 2개나 발견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행운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파리올림픽에 파견자로 선발된 것도 그렇고, 이곳 파리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멋진 경기장에 배정되어 일하고, 그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의 금메달이 2개나 나오는 등 헤아릴 수 없다.
파리에서의 삶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또 더 오래전으로 돌아가보면 수없이 많은 행운의 네잎클로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감싸주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많이 부족하고 불쌍했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행운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찾아와 감사한 기도의 원인이 된다. 파리에서 만난 행운을 함께 온 동료에게 선물하며 그에게도 행운이 함께 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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