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켜야 할 것들

by 이건

1911년 8월 21일.

세기의 명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가 도난을 당한다. 범인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액자 보수와 그림 보호를 담당했던 이탈리아 사람 빈센초 페루지아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천재가 그린 역작이 프랑스에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그의 왜곡된 애국심의 실천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박물관이 문을 닫는 월요일.

빈센초는 작업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모나리자를 떼어냈고 검은 천으로 감싼 뒤 쪽문으로 나가게 되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경비원이 친절하게 문까지 열어줘 완전범죄가 성립된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나서야 모나리자는 다시 제 자리를 찾게 된다.


그 이후로도 유명한 화가가 그린 작품들은 절도범들의 주요 표적이 되었는데, 이는 미술관이 은행에 비해 경비가 허술하다는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허술한 경비와 보안시스템은 그 자체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처음 경비실에 들어섰을 때에도 좁은 공간보다는 오히려 경비실 문을 누구나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우려스러웠다. 그 흔한 도어록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경비실 안에는 CCTV를 모니터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 차량 열쇠도 보관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내부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쉽게 가져갈 수 있다.


새벽에 휴게시간이 되면 차량 열쇠와 다른 중요한 물건들을 차 안에 두었다가 아침에 교대를 하기 전에 다시 꺼내놓는 불필요한 의식을 반복해야 했다. 그래도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었던 것은 아는 선배의 교훈 때문이었다. 누군가 새벽에 쉬는 틈을 타 책상 서랍에 있던 가스총 4정을 훔쳐간 사건 때문에 그 형은 큰 곤혹을 치르고 결국 직장도 잃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

내가 근무하는 곳에는 중요한 물건보다는 상대적으로 훔치기 어려운 생산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들은 오랜 연구와 노력으로 완성된 것이어서 내부 스파이가 아닌 한 외부 사람은 마땅히 훔쳐갈 물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저녁 순찰을 돈다.

11개나 되는 건물을 혼자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건물에 화재와 경비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적어도 나 혼자 지키는 것은 아니니까...


종종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곤 한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 혹시라도 누출되면 소량으로도 사람의 생명을 충분히 빼앗아 갈 수도 있다. 틈틈이 시간을 내 위험물질의 이름을 확인하고 제품의 특성과 초기 안전 대피 거리도 꼼꼼하게 체크해 놓았다. 교대하는 근무자들에게 그 내용을 전달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멀찌감치 대피하라고도 말해두었다.


나는 소방관이자 경비원이다.

어떤 일을 해도 소방관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소방관은 단순히 힘만 센 동네 아저씨가 아니라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다. 세상의 어떤 미술작품도 사람보다 뛰어난 명작은 없을 터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지키고 있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스스로에게 되새기곤 한다.


세상은 받는 돈에 따라서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적어도 생명을 지키는 일만큼은 달라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이자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