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베이징 동계올림픽

[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by 이건

2월 3일 출국을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이끌려 올림픽 관련 영화 몇 편을 챙겨보기로 했다. '꿈의 경기'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을 최고의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은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 또한 도핑검사관에게 필요한 역량이라는 판단에서다.


규정대로 하는 것이 도핑검사관의 임무라고 하지만 선수들이 흘린 땀의 과정을 이해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는 것이야말로 큰 틀에서 보면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Fair and Clean Sports)'를 만들어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궁금하면 "Google it.(구글에서 찾아봐)"라는 말처럼 인터넷을 뒤적이다 보니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법 나온다. 배우 하정우 주연의 영화 <국가대표>, 독일 봅슬레이팀의 스토리 <헤비 레이싱>, 영국 스키 점프 국가대표 이야기를 다룬 <독수리 에디> 등...


몇 가지 영화 중에서 1993년 개봉된 영화 '쿨 러닝(Cool Runnings)'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겨울이 없는 나라, 자메이카에서 동계올림픽 출전은 상상하기 어렵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인 주인공 데리스 배녹은 서울 올림픽 출전에 탈락한 후 우연히 단거리 선수가 봅슬레이 종목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친구들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한다.


"봅슬레이 선수는 충돌하면 사망한다.(Crash kills bobsledder.)"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위험한 도전에 나선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해 준다.


사실 올림픽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또 있을까. 비록 자메이카팀이 만족스러운 기록을 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편견과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축하받아 마땅하다.


북미나 유럽의 국가들과는 달리 아프리카와 같은 동계올림픽 약소국은 지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도 크다.


20180216_105842.jpg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 참가한 자국 선수를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가나팀 응원단.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도 한 아프리카 여자선수가 썰매가 없어서 우리나라 봅슬레이팀의 썰매를 빌려 타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썰매의 가격을 물어보니 4인승 썰매의 경우 한 대당 우리 돈으로 약 2억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썰매 가격도 가격이지만 썰매 운송비와 썰매의 날을 정비하기 위해 특별한 전문가도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적 후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20180207_125218.jpg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봅슬레이 선수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또 어떤 감동의 스토리가 만들어질까. 올림픽이라는 한 편의 영화. 그 최고의 순간을 위해 주인공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과를 검증해 그들의 스토리를 완성해 주는 도핑검사관. 이게 바로 진정한 명품 조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