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3걸음, 후회와 라면 사이

by K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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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여름이 오면 더는 밖에 나가기 어려워질 테니, 요즘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아기를 데리고 유모차 산책을 나간다.

덕분에 하루에 6천보 이상은 거뜬히 걷는다.


예전엔 크다고 생각했던 조카들의 물려받은 옷, 지인들이 선물해준 옷들이

이제는 제법 아기 몸에 맞는다.

아기 70일 즈음부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히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늘 드는 생각.

“엄마한테 보내줘야지.”


사실 사진을 찍는 이유가 소장보다는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니, 어쩌면 기쁨을 드리기보단…

사진을 본 엄마가 “어머, 너무 예쁘다.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 봐” 하고 진심으로 예뻐해주는 그 반응을 받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고마운 엄마.

엄마아빠인 우리만큼 아기를 예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또 우리의 부모님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내 사진첩은 내 사진보다 아기 사진으로 가득하다.


요즘은 아기가 분유를 잘 안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작게 태어났기에 많이 먹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혹시 벌써부터 아기에게 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걸까.


135ml를 타서 줬는데 겨우 45ml만 먹었을 때, 속이 얼마나 답답했던지.

설마 다 먹은 걸까 싶어 젖병을 계속 입에 갖다 댔지만 아기는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진땀이 났다.

반대로 135ml를 다 먹으면,

“좀 더 탔어야 했나…” 싶은 후회가 몰려온다.


오늘은 이런 고민을 했다.

4시에 15분만 자고 일어난, 잔뜩 피곤해 보이는 아기를 두고 수유 스케줄을 고민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전에 1시 반에 깼으니 15분을 제외하면 거의 4시간을 깨있어서 더욱 고민이 되었다.

원래라면 깬지 1시간만에 자야하는데, 덕분에 아기는 잔뜩 각성되어 있었다.


- 5시 반 수유 후 낮잠 → 8시 수유 후 밤잠

- 6시 수유 후 낮잠 → 8시 수유 후 밤잠

- 6시 반 수유 → 바로 밤잠


아기를 키우기 전이라면 ‘그깟 수유 시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건 내게 인생의 중요한 선택처럼 다가왔다.


결국 나는 1번을 선택했고, 결과는 대실패였다.


5시 반에 135ml를 먹인 뒤 낮잠은커녕 계속 울었다.

결국 목욕을 시켰고, 7시 반에 간신히 25ml만 먹고 밤잠에 들었다.

차라리 6시에 수유했으면 더 좋았을까?

후회와 죄책감이 뒤따랐다.


육아는 체력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기획력과 판단력이 필수였고,

무엇보다 ‘매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감정’까지 감당해야 했다.


오늘은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다.마늘도 넣고, 계란도 넣고, 정성 들여 만든 라면을 먹으며 이 하루의 퇴근을 조용히 기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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