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로필 사진을 드디어 아기와 같이 찍은 사진으로 바꿨다.
아기의 초상권을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 요즘은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기에
아기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SNS나 프로필 어디에도 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런 다짐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요즘 내 삶의 전부가 아기인데,
프로필이야말로 내 일상을 보여주는 공간 아닌가 싶었달까.
사진을 바꾸고 나니 평소 연락 없던 지인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프랑스 교환학생 때 만난 동생, 첫 직장의 동료들, 지금 회사 협력업체 분, 인도인 동료, 심지어 고등학교 친구의 언니까지.
프랑스에서 만났던 동생은 “프사에서 sos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며 육아는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최근에 부모님 환갑기념으로 가족들이랑 여행다녀왔다며 고맙게도 12년 전 우리가 함께 여행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진도 공유해줬다.
가우디성당과 리스본 광장, 에그타르트 맛집까지.
그 땐 정말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었다며 그 시절 얘기를 하니 잠깐, 그때 그 감정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첫 직장의 동료는 결혼 소식을 전했다.
사내 그림 동호회를 열어 꾸준히 그림을 그렸던 그는 지금 그림 관련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업가가 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또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한다고 했다.
재밌게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에 많은 것을 배우고 한편으로 꾸준히 좋아하는걸로 직업과 사랑까지 쟁취하는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첫 직장 동료였던 언니도 바뀐 프로필 사진을 보고 연락을 줬다.
지쳐보인다며 아기 백일 선물과 함께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아기가 잘 안 먹는 건 유전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니가 낳은 귀여운 아기를 회사 근처 카페에서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등학생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몇 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언니는,
“회사 그만두는 건 추천하지 않아”라며 조심스레 조언을 해줬다.
같은 부서에서 일할 때에도 능력자였던 언니라 일을 쉬는 게 아깝다고 말했더니
“다 부질없어~”라는 말을 남기고는 바쁘다며 빠르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고마운 언니, 여전히 다정하고 단단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협력업체 직원분은 출산 축하 선물을 준비해주셨다.
모유수유에 필요한 용품들을 주셨는데 단유한 터라 정중히 거절했지만, 휴직 중이시지만 일적인걸떠나 개인적으로 항상 감사한 분이라 이렇게나마 마음 전달한다며 이직하더라도 커피 한 잔 하자며 따뜻한 메시지를 남겨주셨다.
같이 일하면서 다툰 적도 있지만, 미운정 고운정 다 있었나보다.
인도 법인의 인도 동료와는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너무 오랜만에 영어를 쓰다 보니 단어가 잘 생각도 안 나고 버벅였는데 눈치 빠른 그 친구는 내가 말하고 싶은 단어를 툭툭 집어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육아가 너무 힘들다고 하니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면서, 삶이 쉬우면 사람들은 신을 찾지 않을 거니까 신이 이 세상을 힘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인도의 육아 방식에 대해서도 얘기해줬는데, 인도도 육아가 워낙 힘들어서 대부분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통화 마지막에 일하러 가야한다며 심장 곡선이 위아래로 하는 거는 살아있다는 증거고 그게 펴 지면 죽는거라며 삶이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고 위아래가 있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며 전화를 마쳤다.
아이 키우며 자주 무너지는 나에게 참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고등학교 친구의 언니는 나보다 일주일 먼저 아이를 낳았다.
전화영어 하며 친해진 언니와는 요즘 아기 수면 패턴, 놀아주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서로 잘 버티자며 파이팅도 나눴다.
이렇게 지인들과 안부를 주고받느라 전화할 때는 유모차를 끌고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씩 돌곤 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걷게 됐다. 육아 중에 나를 위한 산책이 어려운 날도 많은데, 이런 대화들이 그 자체로 좋은 기분전환이 되었다.
오랜만에 인연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니 사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를 잊지 않고 연락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 하루가 조금 덜 외로워졌다.
나도 앞으로는 고마운 인연들에게 안부를 먼저 전해야겠다.
멀리 있어도 닿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인생은 쉬울 수 없다는 인도 친구의 말처럼,조금은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지금의 내 일상도 천천히 받아들여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