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 낯선 사람들과 나눈 작은 인사들

by K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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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함께 있다 보면, 혼자였다면 인사조차 하지 않았을 분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저 멀리서부터 따뜻하게 웃으며 다가오시는 분들을 보면, ‘아기를 보고 계시구나’ 싶어 나도 눈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예쁘다며 말을 걸어주시기도 하고, 몇 개월이냐고 물어봐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오늘은 아기의 머리 모양과 한쪽으로 기우는 자세가 신경 쓰여 대학병원에 들렀다.

남편은 회사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해, 나 혼자 차를 몰고 아기를 데리고 두 개의 진료를 봐야 했다.

아기띠에 아기, 아기 짐, 내 짐까지 한가득이었는데, 재활의학과 대기실에서 한 50대 환자분이 아기를 한참 예뻐하시더니 내 차례가 되자 짐을 진료실 앞까지 들어다주셨다. 정형외과 진료를 받으시던 분이셨던 것 같은데, 몸이 불편하셨을텐데도 무거운 짐을 옮겨주신 그 호의가 너무나 감사했다.


소아과 진료 대기 중엔,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고 똥까지 싸버리는 바람에 다른 환아 먼저 진료 보시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선뜻 괜찮다고 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기다리는 동안 간호사 선생님들은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시고, 예쁘게 생겼다고 하시며 “엄마한테 고마워해~”라고 웃어주셨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진료 후 수납 대기 중엔, 아기띠에 아기를 다시 넣으려 낑낑대고 있었는데 어떤 엄마가 “도와드릴까요?” 하며 다가오셨다. 소아과에서 함께 대기하던 분이었다.

그분의 아이는 10개월인데 아직 기어가지 않아 걱정되어 급하게 예약을 잡고 오셨다는데, 그 마음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내 아기도 이제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뒤집기를 활발히 하지 않아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분은 또 최근에 본 책에서 “아기는 1년 동안 척추가 완전히 잡히지 않아 카시트, 유모차, 안는 것도 위험하다”는 내용을 봤다며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듣는 나도 순간 불안해졌지만, 정신이 없어서 위로를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대화가 잘 통했지만 혹시나 부담이 될까 싶어,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외에도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만난 예전 산후도우미 선생님은 육아팁을 한가득 나눠주시며 “이렇게 예쁜 아기를 보다니 오늘 복 터졌다”고 하셨고, 부여의 어느 카페에서는 중년의 남성분이 아기를 보며 “오늘 너를 봤으니 운수 좋을 것 같다”고 기분 좋아하셨다.


아기 울음을 달래려 단지 내 산책을 할 때면, 평소엔 인사만 나눴던 청소 이모님께서도 “아이고 우리 아기~ 강아지~” 하며 손자처럼 반겨주셨다.

어느 할머니는 “아기가 잘 웃는 걸 보니 엄마 아빠 사이가 좋은가 보다”고 하시며, 아기띠보단 유모차가 출산 후 몸 회복에 낫다고 조언도 해주셨다. 몸에 좋은 한약도 꼭 챙기라며 한의원까지 추천해주셨다.


요즘은 길에서 아기를 보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나는 예전 시대를 살지 않아 전엔 얼마나 많은 아기들이 길에서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서울 엄마집에 머무는 동안 유모차를 끌고 다녀도 아기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였을까. 어떤 분은 유모차를 보시고 “어머, 강아지가 아니라 진짜 아기네!” 하셨다.


아기가 점점 귀해져서일까.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아기를 반겨주시는 걸까.

작고 힘없는 존재에게,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따뜻한 말을 건네고 웃음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 그 마음들이 참 귀하게 느껴진다.


요즘 세상에 이런 다정함과 상냥함도, 아기만큼 귀한 것이 아닐까.

그 마음들, 길에서 만난 그 순간들을 다시 한번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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