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와 고객
32일 만에 12kg을 감량하며 그 과정을 담은 글이 14만이라는 조회수를 달성한지 6개월만에 내 몸은 원래상태로 돌아왔다.
11년전에 다친 허리도 다시 아프기 시작했고..
그래서 6개월 전과는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다시 기염을 토해내보고자 동네 헬스장 등록을 했다.
사실 헬스장을 꽤 많이 다녔기에 "고놈이 고놈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여기는 뭔가 다르게 편했다. 그 이유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나름대로 분석했다.
1. 이용 시간
- 헬스장에 다니는 대부분의 회원들은 단지 건강을 위해, 미용을 위해 등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다닌다. 때문에 헬스장에 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부담일 수 있다. 그러니 장기 고객은 밥줄이 된다. (1년치 등록하면 대부분 길어야 4개월만 다닌다더라.)
- 이런 저런 이유로 회원들이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은 매우 불규칙적이다. 길게 한 번만 하는 사람도 있고 짧게 여러 번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아침에 하는 사람도 있고 밤 늦게 하는 사람도 있다. 즉, 시간적으로 제약을 하면 안된다.
- 보통의 헬스장은 1일 1회 입장을 원칙으로 한다. (2회 입장도 가능한 곳이 있지만.) 입장 횟수를 늘려달라고 하면 추가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회원들은 하루 한 번 오기 힘든 경우가 많고 두 번 이상 입장이 되더라도 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시장조사 .. 했겠지?) 그러니 입장 횟수 제약 또한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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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헬스장은 무제한으로 입장 가능하도록 했고, 주말 및 공휴일도 운영을 한다. 헬스장이 보는 손해는 최대 충원 인원에 대한 기대값과 주말에 배치되는 인력의 인건비 정도인 반면 얻는 이득은 이런 리뷰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인한 바이럴 일 것이다.
2. 비즈니스 모델
보통의 헬스장은 이용료와 PT가 메인 BM 이며 추가로 GX, 스피닝 등의 이용료를 받는다. (후자는 요금도 저렴하고 선택하는 회원도 많지 않기에 메인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헬스장에 온 이상 이용료는 지불하기에, 결국 A/S 성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PT다.
이런 이유로 많은 헬스장이 PT를 권유하는데, 심하게는 PT를 하지 않는 회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곳도 있었다. (인바디 체크기를 못쓰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은연 중에 "네가 아는 운동은 틀렸다" 거나 "PT를 하지 않으면 운동이 제대로 안된다" 라며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상했다. 분명 이 말이 틀린건 아닌데도 뭔가 무시받는 기분이랄까.. 내가 잘 못 하는 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헬스장은 PT를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레 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헬스장 회원들의 핵심 니즈가 다이어트에 있다는 시장조사를 한 후 (했겠지?) 다이어트에 PT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실제 이용 회원들의 리뷰와 사례로 어필했다.
PT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자연스레 리뷰성 홍보글을 읽었고 "오.. 이 정도로 효과가 있단 말이야?" 라며 감탄했다. 그러고 나서는 이 글을 쓰고 있다.
같은 말도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데 읽는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고, 뭔가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결국 필요한 사람이 기분 좋게 PT를 이용하게 해 준 셈이다.
3. 샤워실
이건 사실 별다를게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수건 걸이는 항상 공용이었는데, 씻고 나와서 내 수건을 누군가가 써버려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수건을 따로 꿍쳐둘 수도 없어 곤란했는데, 여기는 모든 샤워기 마다 수건걸이를 비치해뒀다.
정말 어떻게 보면 별게 아닌 것들이 많은데 적어도 내가 다녔던 약 10군데의 헬스장과는 달랐다.
모든 서비스는 회원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보였다.
비즈니스란 결국 고객이고 답은 현장과 고객에게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준 고마운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