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동해 바다 - 후포에서]
경쟁보다 공존을 꿈꾸며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 신경림, [동해 바다 – 후포에서] -
내 잘못은 엄벌로 다스리고, 남의 잘못은 관대하게 용서한다면, 이 삭막한 경쟁 사회가 조금이라도 청량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