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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Jan 16. 2020

수학 7등급은 용접공이나 해야지 뭐

수학 7등급은 용접공이나 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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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 모 수학 강사의 발언이 회자되며 크게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녀의 생각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나에게도 꽤나 불편하게 다가왔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굳이 비교를 할 거였다면 특정 직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고된 삶 정도를 언급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러면, 정말 공부와 직업이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공부, 직업, 인생은 서로 어떤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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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도 학벌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다.
고생하며 공부해서 얻은 학벌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아 얻지 못한 학벌 때문에.
고생해서 공부를 했는데도 얻지 못한 학벌 때문에.

이유가 어쨌든 학력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집착하며 이를 사람을 평가하는 첫 번째 잣대로 놓는 경우를 꽤나 많이 봤다.

그러면 학벌, 공부는 과연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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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학교 시험은 50m 달리기와 같고, 수능은 200m 달리기, 대학은 1600m 달리기 쯤으로 매치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공부나 학벌은 '단거리 달리기' 정도라는 셈이다.

50m 달리기를 준비하면서는 빨리 달리는 법을, 200m 달리기를 준비하면서는 페이스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몸에 익히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오래 달리는 법을 '추측'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게 바로 좋은 학벌을 얻게 되면서 인생 전체를 핑크빛으로 섣불리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추측이 그렇듯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서 우리는 학벌과 공부의 의의가 이 '달리는 방법'과 '페이스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사실 단거리 달리기와는 다르게 마라톤에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고작 그 정도 배운 것으로는 완주할 수 없다.

단거리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지만 마라톤은 그러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옆도 가끔은 봐야 하고 주변 상황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오래 달리다 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고, 힘들면 쉴 수도 있으며, 실수로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면, 다시 달리면,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한 번 넘어지면 결과가 거의 정해져 버리는 단거리 달리기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인생은 그냥 마라톤도 아니고 비포장도로를 자그마치 42000m나 달려야 하는 변수가 아주 많고 또 고된 마라톤 오브 마라톤이다. 그러므로 50, 200, 1600m 앞서간 것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고작 그 정도로는 승패는 물론이고 당장 몇 걸음 뒤 상황 조차 가늠할 수 없다. 설사 지금 꽤나 앞서 있더라도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 지, 갑자기 뒤돌아와야 하는 순간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더라도 이미 2000m쯤 앞에서 시작한 다른 이들과 나를 전혀 비교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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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공부와 학벌은 도구일 뿐 전부가 아니다.

서울대를 졸업해도 용접공을 할 수 있고 용접공을 하다가도 서울대를 갈 수 있다. 또 굳이 서울대를 안 가도 괜찮다. 마라톤의 목표는 2000m가 아니기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 그렇듯 우선순위가 다른 것 일 뿐 무언가가 부족한 게 아니다.

할 놈은 뭐든 한다. 완주할 놈은 어떻게든, 언젠가는 반드시 한다. 단지 그게 뭐냐, 언제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남이 재단한 기준은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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