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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Jan 17. 2020

수학 7등급은 용접공이나 해야지 뭐 2

수학 7등급은 용접공이나 해야지 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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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올린 학벌과 인생을 단거리 달리기와 마라톤에 빗댄 글에 대한 반박이 왔다.

물론 전문직 등의 특수한 경우에는 학벌이 없으면 안 되니 아주 중요하겠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치 손에 쥔 모래 같다. 종종 우스갯소리로 다뤄지던 '이과의 감성 파괴' 글에 치환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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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백사장에서 모래를 가지고 놀았다. 아이가 따스하고 하얀 모래를 두 손 가득히 움켜잡았다.

"이것이 입학하기 전 설렘과 기대"


손을 들어올 리가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말았다.

"이것이 하나씩 깨지는 환상"


아이는 흘러내리는 모래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래도 모래는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현실을 깨닫는 과정"


다행히 두 손 안에는 흘러내리지 않고 남아있는 모래가 있었다.

"이것이 학연, 약간의 취업 이점"


아이는 집에 가기 위해 모래를 탁탁 털어버렸다. 그랬더니 손바닥에 남아있는 모래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것이 향상된 역량, 교양과 식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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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었다고 생각한 학연이나 취업의 과정에서 얻은 이득도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면 큰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여기서 백사장에 빗대고 있는 대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마지막에 남는 건 역량과 교양, 식견 밖에 없다.

교양과 식견은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가 확실하지만 역량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모든 대졸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역량은 반드시 대학이나 입시 공부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수학 7등급을 받는 대부분이 그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지, 그 누구라도 얻고자 한다면 교양과 식견은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역량도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학과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는 교양과 식견과 향상될지도 모를 역량을 비교적 쉽게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당장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비꼴 필요는 없다. 나와는 다른 이들의 인생일 뿐이다. 언제 갑자기 그들이 나보다 더 높은 교양과 식견을 갖고, 강력한 역량으로 무장한 채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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