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볼링을 배웠다. 어깨너머로 배운 걸로만 십수 년을 쳐오다가 이제야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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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볼링을 아예 칠 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기복이 크지만 200점을 넘긴 적도 있는지라 배울게 아주 많지는 않았다. 되짚어보면 배운 건 왼쪽 다리, 무릎, 허리라인 유지와 무게중심의 우측 쏠림에 대한 자각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게는 너무 큰 깨달음이었다.
강사님께서는 얼핏 아는 것과 확실히 아는 건 다르고, 알더라도 의식하지 않으면 몸이 먼저 기울어지는 탓에 기복이 심했던 거라고 하셨다. 나는 고작 이걸 깨닫지 못해서 긴 시간을 고민했는데, 그 고민의 무게 덕분에 하나에서 열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문제가 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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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제를 마주할 때 때로는 긴 시간을, 때로는 짧은 시간을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긴 고민 속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생긴다.
그 질문은 아주 날카로워서 아무나 대답해줄 수도 없고 쉽게 해결되지도 않지만, 해결되는 순간 보통의 질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이 질문이 나의 고민 시간을 대변하며, 배움의 효과는 이때 절정에 달한다. 그러므로 배움은 고민의 무게에 비례하여 더 커진다.
그러니 답을 찾으려 서두를 필요 없다. 고민의 시간이 짧은 질문은 그 자체로 결례이며 서둘러서 찾은 답은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민하며 인내하는 그 시간들은 필연적으로 그대를 최선이라는 정답으로 이끌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더 고민해라.
고민의 시간이 길면 결과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