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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May 22. 2020

우리 아이는 왜 게임을 좋아할까?

*반말로 작성되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번에 부모님들이 게임을 싫어하는 이유를 썼다만 학생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사실 2년 전에 집필했던 내 책의 목차를 보면 가장 위에 있는 게 ‘게임 중독 중학생’ 일만큼 게임을 많이 좋아했다. 뭐, 게임에 빠져 있었을 때는 게임 말고 다른 건 아무 것도 안했고 남는 시간은 게임 생각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으니 좋아했다기보다 중독되어 있었다는 말이 맞겠다.   

  

우리부모님께서는 게임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셨고 한 번은 ‘시험치고 나면 원 없이 하게 해주겠다’ 라는 약속도 지키지 않으셨다. 그 때 부터는 그 어떤 방법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 마우스를 자르고, 컴퓨터방의 문을 잠그고 컴퓨터를 잠그는 등 갖은 방법을 사용하셨지만 나는 마우스를 구해오고 컴퓨터 방문을 따고 컴퓨터 부품을 바꿔 끼우며 보란 듯이 몰래 몰래 게임을 했다.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다. 어설픈 통제는 오히려 저항감만 키우며 완전한 통제는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다. 협의 없는 통제는 당장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더 나쁜 쪽으로 치닫게 하기 때문에 협의의 기준이 머리든 가슴이든 협의는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 학생들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보고 심리에 공감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 학생들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      



1. 성과가 나온다.     


아이템이 늘어난다거나, 레벨이 올라간다거나, 티어가 올라간다는 것에서 ‘성과’를 찾는다.      


하지만 어느 게임이든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레벨업 속도가 더뎌진다. 쉽게 올려왔던 레벨이 더 이상 쉽게 오르지 않고, 단지 겨우 눈에 띌만한 수준의 경험치가 쌓이는 시점이 언젠가는 오게 되는데, 그때가 되면 포기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또, 가장 중요한 ‘실력이 향상되는 것’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고 단지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연연하는데, 이 현상들의 이유는 많은 학생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만 찾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록 게임이라도 끝까지 밀어붙인 학생들은 게임 외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게임은 그게 뭐가 됐든 투자한 만큼의 확실한 성과가 눈에 보인다. 참아내는 자제력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투자한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작거나, 적거나, 없다고 생각하면 이내 질려하며 포기한다. 이 현상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쌓인 여러 요인들로 인해 형성되거나 애초에 타고난 기질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2. 내 마음대로 된다.     


현실에서는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부모님께서 하라고 하시는 공부는 좀처럼 성과가 안 나오고 현실세계는 뭘 하더라도 제약이 많다. 하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내 의지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적어도 게임 내에서 시스템으로 구현된 것이라면 노력으로 안 될게 없다. 멋진 무기도 장착 할 수 있고 마법도 쓸 수 있다. 일종의 해방감인데, 이게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모든 것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어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3. 이길 수 있다.     


공부를 지속해오지 않은 학생들은, 공부에서 일종의 패배를 거듭해왔을 것이다.      


반면 게임에서는 승리와 패배를 반복해 왔을테니 게임에서는 확실히 승리와 패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는지 조금씩 가늠이 된다. 당연히 패배보다 승리가 재미있다. 분야 막론하고 이기는 경험은 짜릿하다. 사실 공부도 이기기 시작하면 재미있는데, 이겨 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 짜릿한 경험이 오직 게임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4.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     


게임을 하면 친구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다.      


어울리려면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대화의 중요 포인트는 ‘공감’이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소재로 공감할까?

전통적으로는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축구, 게임, 여자 이야기를, 여자들이 모이면 드라마, 영화, 일상 등 서로 공감할만한 모든 소재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그러면 어린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대화할 수 있는 소재가 게임 밖에 없다. (요새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의 소재도 많이 다루는데, 이것들은 이 글에서 다루는 게임과 맥락이 같다.) 그러니 게임을 하지 않으면 어울릴 수 없고 은따나 왕따가 되기 쉽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 대부분의 게임 중독 학생들은 ‘친구들이 많이 하는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같이’ 한다. 혹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혼자 몰래몰래 한다. 결국 그 게임이 목적이 아니라 소통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5. 이야기 할 수 있다.      


게임에는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      


위와 다르게, 부모님이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경우나 대화할 친구가 없는 경우 게임 안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즐기게 된다. 표출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 말하고 싶은 욕구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 그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등, 가상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으로 욕구를 풀게 된다.

-    



이처럼 게임은 눈을 가리고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환술과 비슷하지만 마냥 백해무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게임에는 사고력이나 의사소통능력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주변에 재수나 로스쿨 준비 등 수험 생활을 하면서도 게임을 수단으로써 적절하게 사용하여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낸 친구들이 꽤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이 없는 자는 충분히 파멸로 치닫게 되기 때문에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는 있다.      


사실 이미 게임에 열광하는 아이들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그 열광도를 조금이나마 낮추거나 애초에 열광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1. 과정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고, 그 결과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경험으로 깨닫게 해준다.      


2. 이기는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 표면적 승패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승패가 아님을 가르쳐 준다. 그와 동시에 ‘이긴다’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도록 도와준다.   

  

3. 위와 비슷한데, 스스로 성과를 만드는 기준을 만든다. 눈에 띄는 성과만이 성과가 아니며, 내 스스로 ‘성과’라고 칭할 수만 있다면 성과가 맞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렇듯 게임 중독을 풀어내는 방법, 예방하는 방법, 통제하는 방법, 활용하는 방법 등 여러 측면에서 접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적절할지 고민하고 방법을 만들어 나가면 게임은 마약이 아니라 보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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