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구 Jul 06. 2020

질문하다보면 고수가 된다.

아리님? 바위게 싸움 왜 안와줌? 아니 왜 그러냐고!!!!



수업이 끝난 후 나는 항상 '질문 있나?' 라고 묻는다.



사실 여기서 하루 수업을 얼마나 잘 들었나가 판가름 나는데, 물론 잘 참여한 학생도 질문이 없을 수 있겠지만 대게는 대충 '듣기만 했거나'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질문이 없다.' 라고 답변한다.



질문이 없는 이유는 말 그대로 '질문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앉아만 있었는데 궁금한게 있을 수가 없지. 수업을 주구장창 했는데도 질문할 거리가 없는 이유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거나, 해보지 않아서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즉, '머리가 텅 비어있는 상황' 이라고 비약 할 수 있다.



롤에 대입해보면 '정글과 미드가 사이좋게 부모님 안부를 묻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





1)



3렙 바위게 싸움이 시작됐다.



우리편 리신이 도움 핑을 찍었지만 아리는 갈 수 없다며 계속 빽핑을 찍었다.







2)



리신은 무시한다.



바위게를 꼭 먹고 싶고, 상대 정글이 오더라도 왠지 모르게 딸 수 있을 것만 같다.







3)



아리는 갈 수 없다. 딜교 실패로 반피 이하였고 마나도 없었다. 심지어 상대 미드가 판테온이라 주도권도 없었다.



그래서 계속 빽핑을 찍었다. 판테온이 가고 있으니 도망치라면서.







4)



무시하고 바위게 먹던 리신. 이윽고 나타난 판테온에게 죽어버린다. 화가 나기 시작한다.



"아니 아리님 왜 안내려와주시나요?"







5)



아리는 어이가 없다. 갈 수 없었다. 갈 수 없다고도 이야기 했다.



"리신님 그게 아니고.. 가면 저 바로 죽어요"



 



6)



아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신. 폭발한다.



"아니 내려오기만 했으면 딴다니까 뭔 개 %^*&$&% "







7)



이해하지 못하는 리신이 답답한데 화까지 내니 아리도 화가 나기 시작한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어휴 ... 부모님은 너 낳고 미역국 드셨다냐?"



-







안타깝지만 랭겜을 돌리면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의 대화다. 많은 키보드 워리어들이 본인의 생각을 피력하며 상대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이유를 묻는다. 이와는 다르게, 놀랍게도 초보들이 '봇전'을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면 전혀 싸우지 않는다. 심지어 대화가 없는 경우도 많다.



뭐가 다른걸까?



간단하다. 봇전을 할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상황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 할 것이기 때문에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니 싸움도, 대화도, 질문도 없는 평화의 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우리가 이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건 '그래도 싸우는게 낫다' 는 것이다. 아까 상황은 비록 싸움이 격해지긴 했지만 만약 아리와 리신이 서로 '왜 그랬는지' 를 궁금해하며 알려주고 배우려고 했다면 실력이 한 단계 향상되었을 것이다. 일종의 질문과 피드백이고, 오답노트인 셈이다.



반면, 궁금해하지 않으면 영원히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궁금해하지 않으면 남들이 다 랭겜을하고 결과를 받아볼 때, 난 혼자서 아무 생각 없이 봇들과 이유 모를 한타를 해야 한다.

-



그러므로





왜 바위게 싸움때 합류를 해야 하는지

왜 합류를 할 수 없는지

왜 정글 동선을 이렇게 짜야하는지



궁금해해야 그 까닭을 알고 더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생각없이 봇전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싸우면서라도 랭겜을 돌리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제 풀이 시간 줄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