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기초도 없는 노베이스라며 개념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문의해오는 학생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케이스의 학생은 내가 아무리 정성껏 알려줘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을게 뻔해서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었는데 이 글로 개념공부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남기고자 한다. -
첨부한 그림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부의 과정을 축약하고 있다.
각 항목에 대해 설명하면서 개념공부와 연결을 하자면, <데이터>란 그 어떤 것도 정확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산발적으로 흩어진, 단순히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내용으로 둘 수 있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정확히 '뭐다' 라고 설명할 수 없다면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셈.
<정보>란 이제 막 인식의 단계를 넘어 명확히 'A는 B다' 라고 명명할 수 있게 된 데이터를 의미한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공식이라고 외우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보는 그 정보 그 자체만 아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정보들과 상호 연결이 안되므로 문제에 적용하는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명확히 안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 단계에서 안다고 개념공부를 다 했다고 착각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
앞서 인지한 정보들이 늘어나면 취합하여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되는데, 데이터나 정보에 비해서는 다소 거대한 그 더미를 <지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단계에 접어들면 'A가 B인' 원리나 상호 작용하는 활용법 등을 비로소 '설명' 할 수 있게된다. 이 단계에 도달해야 아예 1도 몰라서 틀리는 문제들이 없어진다.
개념공부란 여기까지 이르는 모두다. 여기까지 완전히 끝낸 부분은 확실히 개념공부를 했다라고 부를 수 있다. 즉, 개념공부란 산발적으로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서 이름을 붙여 정보로 만드는 과정 + 그렇게 습득한 정보를 서로 연결시켜 유기적인 관계를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개념공부를 헛으로 한다'는 말의 찐.의. 는, '지식이 되기 전의 데이터나 정보는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전혀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의미를 내포한다.
- 공식이라며 아무리 달달 외워도 그 공식이 사용되는 매커니즘을 모르면 소용없다. - 비슷한 문제 유형인데도 다른 공식이 쓰이는 이유를 모르게 된다. - 아는 문제와 조금만 틀어진 문제를 만나도 활용이 불가능하다.
즉, 지식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는 결과적으로 '몰라서 못 푸는 문제'가 태반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지식에 도달해서도 통찰이나 지혜 없이는 풀지 못하는 문제가 많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많은 하위권 학생들은 이제 고작 데이터를 정보로 만들어놓고 (다 한 것도 아니다. 아직 데이터로 존재하는 내용도 상당히 많다.) "개념공부는 다 했는데 활용이 안돼요" 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게 당연하다.
수학의 미분으로 조금 더 쉽게 이해해보면,
1. 미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도출 배경과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2. 그런데 미분을 이해하려면 극한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3. 그러니 극한의 개념부터 충분히 익힌다. 4. 극한의 개념에 기반하여 어떤 원리로 미분이 발견이 되었는지를 이해한다. 5. 그리고나서 그 원리를 일반화한 미분계수의 정의를 '공식이다' 라며 배우고 익힌다.
이 모든 과정 중 하나라도 이해를 하지 못하면 미분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미분계수와 관련된 문제를 풀 수 없게 된다. (물론 이 전 단계를 모르면 아예 시작도 못한다. 수학은 탑 쌓기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바람직한 개념공부의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1. 배경 및 도출 과정 이해 2. 일반화 (공식) 3. 예시 접하기 4. 활용법 이해해보기
어떤 방법을 취하더라도 결국 이것들이 빠질수는 없다. 연습은 그 다음 단계다.
물론 공부는 아직 끝난게 아니지만 그 다음 단계인 통찰과 지혜를 갖추는 과정은 이 글의 목적에 어긋나니 다음으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