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실패와 성공 사이의 어디 즈음에서.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 대표이사 ***입니다.
아니 이젠 ‘전’대표네요.
고2때 까지 전교 꼴찌였던 열등생에서 이제는 공부의 신이라고 불리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었지요.
중학생 때는 괴롭힘 당하는 것에 질려 시작했던 복싱이었는데 대회까지 출전 할 정도로 했었고, 뒤늦게 꼴찌부터 시작한 공부였지만 끝끝내 명문대에 입학했습니다.
또, 군대 시절에는 허리를 다쳐 큰 수술을 했는데, 수술이 잘못되어 6개월간 준 하반신 마비 상태로 CRPS라고 불리는 병마와 싸워 이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교 꼴찌였기에 꼴찌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은 [전국 꼴찌 구짱구] 라는 이름으로 SNS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덕에 [꼴찌도 통하는 공부법] 이라는 책도 출간하여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이렇듯 저는 많은 것들 이겨내 왔습니다.
그만큼 포기를 모르는 청년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철썩 같이 믿으며, 해야 하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끝없이 세상과 싸워왔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조차도 "그건 내가 하지 않아서다" 라며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한 일로 바꾸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대학생이었지만, 2014년 6월부터는 가난한 꼴찌시절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 "모든 배움의 문턱을 낮추겠다" 며 예전의 저와 같은 학생들에게 빛이 되고자 창업 전선에 뛰어 들었습니다.
약 4년이 좀 못되는 기간 동안 매출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적었음에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믿었기에 꽤 큰 빚을 져가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18년 3월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그와 동시에 대형 악재가 시작 되었고 저는 그 악재를 끝내 버텨내지 못했습니다. 제 실수인 듯, 아닌 듯 한 그 악재는 결국 제 4년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고는 커다란 빚마저 남겨 놓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스펙 쌓기로 창업이라는 이름을 망치는, 흔해 빠진 허울뿐인 스타트업 CEO가 아니었습니다. 처절하게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고 또 반성했습니다. 반성과 발전을 거듭하면서도 아직은 부족했던 탓에 빚을 쌓아가며 전투적으로 경험을 쌓아온 패기 넘치는 젊은 CEO 였습니다.
하지만 실수는 명확했고 치명적이었습니다.
제 창업의 이유는 처절한 간절함이었습니다.
살아남고 싶었고, 과거의 저와 같던 학생들을 살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간절함 때문에라도 4년간의 창업 기간 동안 워라벨은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감히 목숨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착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창업은 결코 혼자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었지요.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특정 부분에서는 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삶에서 일을 더, 더 늘려가며 저를 옥죄었습니다.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고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맞이한 결과로 인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가량을 지옥에서 보냈습니다.
"나는 실패한 창업자" 라고 자책하며 제가 가진 능력에 대한 불신과 제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제 자신 뿐 만 아니라 악재를 가져다준 인재(災)를 끊임없이 원망했었습니다.
또 ‘존버’가 과연 옳냐며, 존버의 정의가 대체 무엇이냐며, 그리고 비지땀 쏟아대며 가까스로 올라 탄 이 만원버스는 왜 텅 빈 버스에 쉽사리 앞질려지는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대며 제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왜 몰랐냐’며, ‘너는 자격조차 없다’면서요.
그렇게 저는 제 스스로를 비난하고 책망했습니다.
급기야 정신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는데, 약물 강도를 계속해서 올려야 할 정도로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고 이러다가는 말라 비틀어져 죽거나 내 스스로를 죽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탓으로 인해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며. 눈물에 젖은 채 아래의 글을 썼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과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 그리고 기회를 오롯이 바친 후에야 제 실패의 이유를 깨달은 얼간이입니다. 이제야 제 내면에서 진실과 마주하며 이 글을 남깁니다.
찬란한 아침을 간절히 기다렸다고, 이 빛 한 줌 새어나오지 않는 칠흙같던 새벽의 어둠이 걷힐 것이라 믿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제 간절함은 이뤄내고자 함의 간절함이 아닌,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함이었습니다. 어둠이 걷히기를 앉아서 기다렸을 뿐 횃불을 찾지 아니한 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간절하지 아니하였기에 예리하지 못했습니다.
한눈을 팔았기에 허술했습니다.
나태하면서도 최선이라 착각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객의 니즈에 대해 고뇌하지 않았고 자만했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갈았던 칼은 무뎠고 쏘아 낸 화살은 도저히 닿지 않았습니다.
제 도전은 용감이 아니라 무모했고 지혜롭지 못하게도 어리석었습니다.
두렵지 않다던 죽음은 무서웠고 없다던 욕망은 끓어넘쳤습니다.
허무맹랑한 핑크빛 전망으로 일관했고, 무능함을 가리려 스스로에게 걸던 최면은 자격지심이고 거짓이었습니다.
제 실패의 사유는 오롯이 저에게 있으며 새는 그릇을 빚은 제 나태와 자만의 결과일 뿐, 단지 이제는 제가 만든 결과를 마주칠 때가 된 것 뿐입니다.
이제 그만 자존심과 자격지심 그리고 허황된 꿈은 내려놓고 진실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의 까닭은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나 슬픔이 아니라 자만하고 나태했던 과거의 저에 대한 원망과 반성입니다.
2018년 4월 27일
끝자락에서
하지만 문득, 잠깐 정신이 돌아왔을 때 쯤, 제 족적과 현실을 돌이켜봤습니다.
알고 보니 저 또한 아주 실패한 CEO는 아닌 듯 하더군요.
감히 노력이라 부를 정도의 노력을 가한 덕에 꽤 많은 것들을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얻어냈더라고요.
- 고용주의 시각에서의 훌륭한 인재의 정의
- 인재(材)와 인재(災)를 가려내는 방법
- 노동자의 소비계획 vs 고용주의 벌이고민 의 간극
- BM을 만들어 내는 방법
-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방법
등, 남들이 수 십 년 간 노력해도 쉽사리 배우지 못할 것들을 30대 초반에 얻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실패가 아니라 반쯤은 성공한 것이라고 해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꽤 큰 빚은 졌지만요.
그렇기에 잃어도 잃은 것이 아니라는, 실패도 실패가 아니라는 말에 이제는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4개월간 끝이 보이지 않던 절망의 터널을 지나, 지난 8월, 한 달 간 정리 기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곤 4년간 했던 스타트업 생활을 청산하겠노라며 2018년 9월 1일부로 공개적 FA를 선언했습니다.
그랬더니 그토록 찾아 헤맬 때는 한 줄기조차 보이지 않던 빛이, 놓고자 한 순간부터 조금씩 새어 들어오더군요. 갑자기 나타난 빛이 야속했지만 또 많이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저는 눈을 감은 채 보이지 않는다며 울고 있었더군요.
이제는 정말 모든 것들 받아들이고 또 보냅니다.
그리고 이제는 긴 창업 기간 동안의 제 결정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정말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뭐든 해낼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일 뿐이기에 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또다시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도전자분들께 제 시작을 바치며, 이만 펜을 놓습니다.
2018년 8월 31일
다시 시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