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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Sep 06. 2018

실패 아닌 실패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스타트업, 실패와 성공 사이의 어디 즈음에서.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 대표이사 ***입니다. 

아니 이젠 ‘전’대표네요. 


오늘, 이 글을 통해 실패 아닌 실패담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

고2때 까지 전교 꼴찌였던 열등생에서 이제는 공부의 신이라고 불리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었지요. 

중학생 때는 괴롭힘 당하는 것에 질려 시작했던 복싱이었는데 대회까지 출전 할 정도로 했었고, 뒤늦게 꼴찌부터 시작한 공부였지만 끝끝내 명문대에 입학했습니다. 

또, 군대 시절에는 허리를 다쳐 큰 수술을 했는데, 수술이 잘못되어 6개월간 준 하반신 마비 상태로 CRPS라고 불리는 병마와 싸워 이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교 꼴찌였기에 꼴찌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은 [전국 꼴찌 구짱구] 라는 이름으로 SNS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덕에 [꼴찌도 통하는 공부법] 이라는 책도 출간하여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이렇듯 저는 많은 것들 이겨내 왔습니다. 

그만큼 포기를 모르는 청년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철썩 같이 믿으며, 해야 하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끝없이 세상과 싸워왔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조차도 "그건 내가 하지 않아서다" 라며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한 일로 바꾸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대학생이었지만, 2014년 6월부터는 가난한 꼴찌시절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 "모든 배움의 문턱을 낮추겠다" 며 예전의 저와 같은 학생들에게 빛이 되고자 창업 전선에 뛰어 들었습니다.     


 약 4년이 좀 못되는 기간 동안 매출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적었음에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믿었기에 꽤 큰 빚을 져가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18년 3월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그와 동시에 대형 악재가 시작 되었고 저는 그 악재를 끝내 버텨내지 못했습니다. 제 실수인 듯, 아닌 듯 한 그 악재는 결국 제 4년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고는 커다란 빚마저 남겨 놓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스펙 쌓기로 창업이라는 이름을 망치는, 흔해 빠진 허울뿐인 스타트업 CEO가 아니었습니다. 처절하게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고 또 반성했습니다. 반성과 발전을 거듭하면서도 아직은 부족했던 탓에 빚을 쌓아가며 전투적으로 경험을 쌓아온 패기 넘치는 젊은 CEO 였습니다. 

하지만 실수는 명확했고 치명적이었습니다.     


 제 창업의 이유는 처절한 간절함이었습니다. 

살아남고 싶었고, 과거의 저와 같던 학생들을 살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간절함 때문에라도 4년간의 창업 기간 동안 워라벨은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감히 목숨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착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창업은 결코 혼자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었지요.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특정 부분에서는 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삶에서 일을 더, 더 늘려가며 저를 옥죄었습니다.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고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맞이한 결과로 인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가량을 지옥에서 보냈습니다. 

"나는 실패한 창업자" 라고 자책하며 제가 가진 능력에 대한 불신과 제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제 자신 뿐 만 아니라 악재를 가져다준 인재(災)를 끊임없이 원망했었습니다.      


 또 ‘존버’가 과연 옳냐며, 존버의 정의가 대체 무엇이냐며, 그리고 비지땀 쏟아대며 가까스로 올라 탄 이 만원버스는 왜 텅 빈 버스에 쉽사리 앞질려지는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대며 제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왜 몰랐냐’며, ‘너는 자격조차 없다’면서요.

 그렇게 저는 제 스스로를 비난하고 책망했습니다.      


 급기야 정신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는데, 약물 강도를 계속해서 올려야 할 정도로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고 이러다가는 말라 비틀어져 죽거나 내 스스로를 죽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탓으로 인해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며. 눈물에 젖은 채 아래의 글을 썼습니다.     


#

저는 실패한 스타트업 창업자입니다.


4년이라는 시간과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 그리고 기회를 오롯이 바친 후에야 제 실패의 이유를 깨달은 얼간이입니다. 이제야 제 내면에서 진실과 마주하며 이 글을 남깁니다.     


찬란한 아침을 간절히 기다렸다고, 이 빛 한 줌 새어나오지 않는 칠흙같던 새벽의 어둠이 걷힐 것이라 믿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제 간절함은 이뤄내고자 함의 간절함이 아닌,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함이었습니다. 어둠이 걷히기를 앉아서 기다렸을 뿐 횃불을 찾지 아니한 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간절하지 아니하였기에 예리하지 못했습니다. 

한눈을 팔았기에 허술했습니다. 

나태하면서도 최선이라 착각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객의 니즈에 대해 고뇌하지 않았고 자만했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갈았던 칼은 무뎠고 쏘아 낸 화살은 도저히 닿지 않았습니다. 

제 도전은 용감이 아니라 무모했고 지혜롭지 못하게도 어리석었습니다. 

두렵지 않다던 죽음은 무서웠고 없다던 욕망은 끓어넘쳤습니다. 

허무맹랑한 핑크빛 전망으로 일관했고, 무능함을 가리려 스스로에게 걸던 최면은 자격지심이고 거짓이었습니다.      


제 실패의 사유는 오롯이 저에게 있으며 새는 그릇을 빚은 제 나태와 자만의 결과일 뿐, 단지 이제는 제가 만든 결과를 마주칠 때가 된 것 뿐입니다.      


이제 그만 자존심과 자격지심 그리고 허황된 꿈은 내려놓고 진실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의 까닭은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나 슬픔이 아니라 자만하고 나태했던 과거의 저에 대한 원망과 반성입니다.     


2018년 4월 27일 

끝자락에서


#

 하지만 문득, 잠깐 정신이 돌아왔을 때 쯤, 제 족적과 현실을 돌이켜봤습니다. 

알고 보니 저 또한 아주 실패한 CEO는 아닌 듯 하더군요. 

감히 노력이라 부를 정도의 노력을 가한 덕에 꽤 많은 것들을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얻어냈더라고요. 


- 고용주의 시각에서의 훌륭한 인재의 정의

- 인재(材)와 인재(災)를 가려내는 방법

- 노동자의 소비계획 vs 고용주의 벌이고민 의 간극

- BM을 만들어 내는 방법

-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방법


등, 남들이 수 십 년 간 노력해도 쉽사리 배우지 못할 것들을 30대 초반에 얻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실패가 아니라 반쯤은 성공한 것이라고 해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꽤 큰 빚은 졌지만요. 

그렇기에 잃어도 잃은 것이 아니라는, 실패도 실패가 아니라는 말에 이제는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4개월간 끝이 보이지 않던 절망의 터널을 지나, 지난 8월, 한 달 간 정리 기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곤 4년간 했던 스타트업 생활을 청산하겠노라며 2018년 9월 1일부로 공개적 FA를 선언했습니다. 

그랬더니 그토록 찾아 헤맬 때는 한 줄기조차 보이지 않던 빛이, 놓고자 한 순간부터 조금씩 새어 들어오더군요. 갑자기 나타난 빛이 야속했지만 또 많이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저는 눈을 감은 채 보이지 않는다며 울고 있었더군요.     


 이제는 정말 모든 것들 받아들이고 또 보냅니다. 

그리고 이제는 긴 창업 기간 동안의 제 결정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정말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뭐든 해낼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일 뿐이기에 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또다시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도전자분들께 제 시작을 바치며, 이만 펜을 놓습니다.    

  

2018년 8월 31

다시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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