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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Aug 21. 2022

신도림역을 몰랐던 지방러가 저지른 일

자우림에 대하여

대학생이 되어서 서울에 올라와서 신도림역을 환승할 일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떠밀리듯 걸어가면서 생각난 것은 자우림의 노래, <일탈>.

이제서야 이해하게  노래의 참뜻. 나는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고 자랐는데, 그도 그럴것이 부모님은  의사를 존중해주셨고  학원이란 곳을 끔찍해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때  욕심에 몇달간 학원을 두개 다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즐겨들었던 노래가 바로 일탈이다.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가 결국 세달도 안다닌 미술학원을 그만두었다. 나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자유를 꿈꾸었나보다.


작년에 나온 자우림의 11집은 몇번이고 들은 앨범이다. <peon peon>은 보컬 김윤아님이 키우는 콩팥이 없는 아픈 고양이에 대한 노래인데, 동물의 사육제 사자왕의 행진을 재해석한 멜로디와 리듬이 둥둥 마음을 울린다.

콩팥이라는 물건이 없는채로 태어났다오
타고난 운명이니 원망할것도 없소이다
(중략)
마마도 파파도 형아도 그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엔 춤을 추는 것이오
-자우림<peon peon> 가사 중-

그 어떤 운명이라도 내게 닥쳐온 것이 타고난 운명이니 원망할 것도 없다는 고양이의 시크한 태도를 상상하면 미소가 떠오른다. 그래, 운명을 받아들인다는건 중요하지. 그저 살아있는 동안엔 누구라도 춤을 출뿐.


<Sandy beach>라는 노래도 정말 좋아하는데, 부드러운 멜로디에 탬버린 소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모래사장에서
반짝이는 돌을 찾으려
우린 해종일 모래만 바라보네
해일이 오는 것도 모른채
밤이 오는 것도 모른채

-자우림 <Sandy beach>가사 중-

꼭 인생에 대한 이야기같다. 드넓은 모래사장에서 반짝이는 돌 하나를 찾으려 많은 시간과 풍경을 지나치는 것도 모른채 살아가는 인생. 알고보면 반짝이던 돌도 실은 그저 돌에 지나지 않는 무의미한 것인데. 고개를 들고 해일이 오는 것을 바라보고, 어둑한 밤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면서 삶을 오롯이  껴안고 싶다.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영화 곡성에서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뭣이 중헌디.’


자우림 노래가사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 들어도 좋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아마 수십년이 지나도 들으며 공감할 이야기들일 것이다. 내 욕심이지만 앞으로도 자우림은 멤버한명한명 절대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오래살면서 노래를 만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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