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꿀꿀 Oct 02. 2022

몽마르트 공동묘지에 가면 생기는 일


-야, 아무리 봐도 여기 공동묘지 같은데..?

몽마르트 언덕에 가기로  , 사전조사도 없이 지도만 따라간 우리의  앞엔 잔디밭을 빼곡히 채운 비석들이  있었다. 공동묘지의 한복판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우리는 우리가 몽마르트 언덕이 아닌 몽마르트 공동묘지에 와있었음을 깨달았다. 막다른 오르막까지 오른 우리의 눈에  화려한 묘비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이 보였다.

바로 가수인 달리다의 묘지였다. 달리다를 검색해보니 세계적인 가수라고 나온다. 하지만 역시나 잘 모르겠다. 단지 화려하게 일생을 누린 사람은 죽어서도 화려하구나, 생각하고 살짝 목례를 해보았다. 다시 내려가자고, 아무래도 여긴 몽마르트 언덕은 아닌가보다며 이야기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바로 몽마르트 공동묘지.

그리고 내려가는 길은 어쩐지 기분이 으스스했다. 누가봐도 공동묘지인데 왜 우리는 몽마르트 언덕인줄 알고 홀린듯이 올라갔지? 가수 달리다의 힘은 아니었을까? 괜히 더 으스스하다. 신비한tv서프라이즈에서 어색한 외국인의 연기와 함께 한 편의 에피소드를 완성한 기분이다. 서프라이즈에 나오는것처럼 귀신이라도 씌면 어쩌지 생각한다. 나는 프랑스 선조들은 동양인을 처음볼지도 모른다고, 동방예의지국 사람의 인사를 보여주면 괴롭히진 않을거라며 내려가면서 지나치는 묘비마다 약간의 아첨과 함께 인사를 건네본다.

봉쥬,메흐씨보꿉,만나서반가웠어요.천국에 가시길!

그리고나서 찾아간 진짜 몽마르뜨 언덕은 높디 높았다. 몽마르뜨 언덕을 오르내리며 다이어트했다던 모델이 떠오른다. 진짜 몽마르뜨 언덕은 이렇게 높구나. 힘들지만 그래도 몽마르트 공동묘지에 이어 언덕까지 올라본 한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을거다. 난생 처음 밟아본 땅의 선조들과 인사도 나누었으니 이 땅의 과거와도 잠시 스쳐보았다고 의미부여도 해본다. 그래, 역시 여행에서의 모든 걸음은 헛되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